나 다운 일, 내 브랜드의 정체성 찾기
브랜드와 마케팅은 별개가 아닌 나란히 가야하는 것들이다. 브랜드 디자이너라고 해서 마케팅을 모조리 무시해버리면 안 되고, 마케터라고 해서 무작정 매상만 올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고백하자면 디자인만 하다가 처음 마케팅과 결합된 일을 시작했을 땐,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가장 예쁠 때'가 최고의 마케팅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연차가 낮을 땐 생각의 폭이 좁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기엔,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구렸다(ㅋㅋ). 어쨌든 당시 일하던 회사는 수입 상품을 소싱해 들여오고 국내에서 브랜딩해서 유통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브랜드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정체성이 뭘까, 주니어였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며칠 전 그 회사를 같이 다녔던 친구와 만났다.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만날 때면 언제나 공통 분모인 그 회사의 이야기를 한다. 친구가 말했다.
회사든, 브랜드든, 정체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
핸들링하던 브랜드는 (판매 종료한 것까지 포함하면) 10개 내외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체성을 가지려면 그 10개의 상품이 하나의 가치관 아래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거나, 스토리라인에서 개연성이 있어야 했다. 회사가 환경을 중요시 한다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거나, 업사이클링한 제품이거나 해서 그 가치관에 맞는 상품 라인업을 갖춘다.
라운드풀의 정체성은 과연 뭘까? 라고 질문해보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순히 '선물'이라는 애매한 느낌으로 애매하게 운영해왔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이번에 정체성을 다시 한번 정의할 결심을 했다. 어떤 모습으로 내 브랜드를 나타내고 싶은지,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타 브랜드의 예시를 보기도 했다. 아니 근데, 리서치를 진행하다 보니 또 '남과 비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또,
또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 위주로, '누구처럼'이라며 남을 따라하고 있었다.
1인 기업의 장점이 무엇인가, '브랜드는 곧 나'로서 나의 분신을 만들듯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나는 다른 브랜드가 어떻게 하는지 염탐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며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이런 고민이 선행된다면 비주얼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디자인 씽킹 방법에 따라, 내가 타겟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발견한다. <한달 쓰는 기록>을 만든 목적과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를 잘 기억하고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기록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시간이 항상 확보되는 것이 아니니.
프루스트 효과 : 좋은 향기는 무의식에 각인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제품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연결고리는 반드시 있다. 이를 종합해 브랜드 스토리가 되고, 비주얼 컨셉까지도 확실해진다. '프루스트 효과'는 사진을 보면서 향을 맡은 다음, 나중에 향만 맡아도 당시의 순간을 더 잘 기억한다는 내용이다. 자늑 인센스는 '리추얼 습관형성 입문자'에게 '향과 함께하는 리추얼 시간'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하여,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체내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
인센스 스틱을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향이 좋다
...
이렇게 단순히 감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so what?'보다, 느낌표를 던질 수 있는 브랜드야말로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