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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에 빠진 연락처 적힌 종이를 받았다

너는 여전히 아름답구나!

by 배우는 배우

남자는 여자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진흙탕에 빠져 너털너덜해졌는데, 그걸 떠넘기듯 여자에게 건네고 사라진다. 그런데 그의 손엔 여분의 종이가 들려있었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데미무어) 이야기다. 약간 의아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장면은,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숨겨진 장면으로 보여진다. 순수한 프레드는 아름다운 엘리자베스를 보고서 자신의 손에 들린 새 종이에 다시 연락처를 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정신을 잃은 것일까.


영화 내에서 프레드와 엘리자베스의 재만남을 꼭 보고 싶었다. 프레드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프레드의 얼굴과 눈빛에 적힌 그의 내면을 다시 읽고 싶었다.


현재 브런치와 오마이뉴스 [이언정의 시네마테라피]에 동시 기고를 하고 있다. 편집부를 거쳐 게재가 되는데 브런치에 올린 원문과 거의 똑같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라.


https://omn.kr/2bs3b


'토할 것 같은 친절함'이라고 쓴 여러 이유 중 몇 개만 공유하자면, 영화를 보며 실제로 여러 번 눈을 가렸고 여러 번 눈을 감았다. 영화가 쎈 것인지, 내 비위가 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정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절함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잔인할 정도로 다 뜯어 보여주는 친절한 카메라 앵글과 정말 친절한 영화의 충격 요법에 따른 잔상이 꽤 크다. 글을 쓰려고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니 이 글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냥 직관적으로. 그래서 그대로 써 내려간 글이다.


영화가 충격 요법으로 이미 말했다. 그대 자체로 가치 있게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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