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전히 아름답구나!
남자는 여자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진흙탕에 빠져 너털너덜해졌는데, 그걸 떠넘기듯 여자에게 건네고 사라진다. 그런데 그의 손엔 여분의 종이가 들려있었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데미무어) 이야기다. 약간 의아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장면은,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숨겨진 장면으로 보여진다. 순수한 프레드는 아름다운 엘리자베스를 보고서 자신의 손에 들린 새 종이에 다시 연락처를 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정신을 잃은 것일까.
영화 내에서 프레드와 엘리자베스의 재만남을 꼭 보고 싶었다. 프레드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프레드의 얼굴과 눈빛에 적힌 그의 내면을 다시 읽고 싶었다.
현재 브런치와 오마이뉴스 [이언정의 시네마테라피]에 동시 기고를 하고 있다. 편집부를 거쳐 게재가 되는데 브런치에 올린 원문과 거의 똑같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라.
'토할 것 같은 친절함'이라고 쓴 여러 이유 중 몇 개만 공유하자면, 영화를 보며 실제로 여러 번 눈을 가렸고 여러 번 눈을 감았다. 영화가 쎈 것인지, 내 비위가 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정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절함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잔인할 정도로 다 뜯어 보여주는 친절한 카메라 앵글과 정말 친절한 영화의 충격 요법에 따른 잔상이 꽤 크다. 글을 쓰려고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니 이 글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냥 직관적으로. 그래서 그대로 써 내려간 글이다.
영화가 충격 요법으로 이미 말했다. 그대 자체로 가치 있게 존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