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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감독상 '션베이커' 극장의 생존을 당부하다

[이언정의 시네마테라피] 영화 <아노라> 션베이커 감독의 묵직한 수상소감

by 배우는 배우
'한경 아르떼'와 '오마이뉴스'에 [이언정의 시네마테라피] 영화 칼럼 연재 중입니다.

세계적인 감독의 시의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수상 소감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노라(Anora)>로 감독상을 수상한 션베이커(Sean Baker) 감독의 묵직한 수상 소감이 인상 깊다.


영화 <아노라>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무려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5개 부문에서 수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주요 부분을 모두 석권했다.


이미 앞서, 편집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션베이커 감독은 감독상을 받으며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더니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빠르고 정확하게 소감을 밝혔다.


20250303_135556_1.jpg 션베이커 / 출처 뉴스1


그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극장용 영화를 응원하고, 진정한 '체험'을 위한 영화관에서의 관람을 독려했다. 감독은 세계를 향해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 '경험'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산업 전반과 현대 영화 관람 형태를 의식한 의미 있는 발언이다.


영화의 전통적 관람 방식은 '극장'이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영화 소비 방식과 관람 형태가 완전히 기울었다. 집합 금지와 상영 공간 상실로 온라인 스트리밍이 확산되었다. OTT 산업이 발전하며 넷플릭스가 영상 예술의 세계적 화두가 되었다. 영화는 그렇게 '극장'이라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화' 되어가고 있다.


KakaoTalk_20250303_134152360.jpg 책 <배우는 배우> 이언정 / 출처 도서출판 동인


공동체적 관람이 가능하게 했던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의 형태가 지극히 개인적인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로의 정점을 찍고 있는 현대에, 영화는 호소한다. 그리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바로 오늘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호명된,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 영화인이 말한다.


'극장의 생존'을, 그리고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본질'을 지켜달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겠다고 진정성 담긴 다짐을 전했다.


'지적 자극'을 주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


현재 극장 상영 중인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를 관람하면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영화관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영화의 인터미션을 관객은 직접 체험하게 된다. 215분의 긴 영화는 중간에 말 그대로 '휴식 시간'을 제공한다. 관객 중 누군가는 영화의 여운을 그대로 느끼며 앉아 있고, 누군가는 얼른 화장실을 가고, 누군가는 조용히 영화에 관하여 옆 사람과 속삭인다. 그리고 누군가는 빵을 먹는다. 누군가는 가볍게 몸을 풀기도 한다. 이 모든 경험은 나중에 해당 영화를 다시 떠올릴 때 같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며 사람들은 각자의 감상평을 이야기한다. 지나가는 옆사람의 감상평은 때론 나와 비슷하고, 때론 나와 너무 달라 우리가 지금 같은 영화를 본 것이 맞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공감과 다름 모두 특별한 시간과 재미를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이 그 영화에 관한 경험이자 체험이며, 우리가 함께 공유한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다.


영화의 원년을 되새기게 하는 한 감독의 수상 소감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앞으로도 영화가 '영화적 환상'을 유지하며, 또 책임감 있게 대중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신이 잊을 수 없는 그 영화는 누구와 어디서 봤었던 무슨 영화였는가.



참고자료

이언정, <배우는 배우>, 동인, 2024.


아르떼 https://www.arte.co.kr/stage/theme/4150199/list

오마이뉴스 https://omn.kr/2br5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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