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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4. 2022

월요일엔 떠납니다.


작년부터였다. 월요일이면 출근하는 바쁜 사람들보다도 먼저 버스를 탄다. 휑한 종로거리를 지나, 동대문을 지나 아침부터 바쁜 청량리 수산시장을 지나서 청량리역에 내린다. 7:35 동해행 무궁화호 기차. 월요일 이른 아침에도 열차 안은 학교 가는 친구들로 북적인다. 교복 입는 친구들과 자리를 나눠 타고 앉아 같이 졸다가, 그들이 내리는 양평쯤에서 잠에서 깨고 열심히 창밖을 바라다보면 곧 영월이다.


영월. 구비구비 산을 넘고  넘어 가는 험한 곳이어서, 가면 다시   어린 왕의 유배지였다는 애잔한 기억이 지명에 느껴졌기 때문인지 여행의 목적지라기보다  지나가던 , 비껴가던 곳이었다. 그러던 곳을 나물 하나 알고 싶어서 오가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구비구비가 아니라 아기자기 였구나. 험한 곳이 아니라 훤한 곳이었구나


영월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팔괴리를 지나 고씨동굴이 보이는 한강을 따라 탁 트인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협곡 같은 산세가 앞에 펼쳐지고, 또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포도나무가 그득한 예밀리 마을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붙들어 손잡이!



내 목적지는 망경대산 해발 700m 고지의 망경산사. 구비구비 끝이 없는 길을 올라간다. 곧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산길을 택시 아저씨들을 여유롭게 핸들링해 올라간다. 이곳은 옛날에 탄광이었고,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살았는데! 영화관도 있었다고! 하는 말도 추임새로 넣어가며 여긴 아직도 무를 안 뽑았네, 갈아엎을 모양이야. 하는 감상도 해가며, 이번에 산불이 저 넘어까지 심했다고! 하는 영월의 소식도 전하며 꾸불꾸불한 길을 스피디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길에 끝에 갑자기 너른 평지에 아름다운 풍경 안에 쏙 들어간 절 하나가 보인다. 망경산사. 예밀리 입구부터 두근대던 마음은 망경산사에 도착하여 이내 차분해진다. 오늘은 특히. 지난밤 보슬보슬하게 내린 비 때문에 더 숨겨진 비밀의 공간에 도착한 느낌이다.



2020년 5월, 망경산사에 처음 내디뎠던 걸음이 2022년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뜨거워지던 그 늦은 봄날에 내가 이곳을 이렇게 자주 오리라 알았을까?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고 배우고 깨우칠 줄 알았을까?


망경산사에서 보낸 자연의 시간들, 알고 느낀 나물들의 모든 것, 그리고 스님의 손짓, 발걸음, 한 말씀으로 얻은 깨우침으로 난 지금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젠 적어본다, 기록해본다. 월요일에 떠나 얻은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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