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였다. 월요일이면 출근하는 바쁜 사람들보다도 먼저 버스를 탄다. 휑한 종로거리를 지나, 동대문을 지나 아침부터 바쁜 청량리 수산시장을 지나서 청량리역에 내린다. 7:35 동해행 무궁화호 기차. 월요일 이른 아침에도 열차 안은 학교 가는 친구들로 북적인다. 교복 입는 친구들과 자리를 나눠 타고 앉아 같이 졸다가, 그들이 내리는 양평쯤에서 잠에서 깨고 열심히 창밖을 바라다보면 곧 영월이다.
영월. 구비구비 산을 넘고 물 넘어 가는 험한 곳이어서, 가면 다시 못 와 어린 왕의 유배지였다는 애잔한 기억이 지명에 느껴졌기 때문인지 여행의 목적지라기보다 늘 지나가던 곳, 비껴가던 곳이었다. 그러던 곳을 나물 하나 알고 싶어서 오가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구비구비가 아니라 아기자기 였구나. 험한 곳이 아니라 훤한 곳이었구나…
영월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팔괴리를 지나 고씨동굴이 보이는 한강을 따라 탁 트인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협곡 같은 산세가 앞에 펼쳐지고, 또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포도나무가 그득한 예밀리 마을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붙들어 손잡이!
내 목적지는 망경대산 해발 700m 고지의 망경산사. 구비구비 끝이 없는 길을 올라간다. 곧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산길을 택시 아저씨들을 여유롭게 핸들링해 올라간다. 이곳은 옛날에 탄광이었고,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살았는데! 영화관도 있었다고! 하는 말도 추임새로 넣어가며 여긴 아직도 무를 안 뽑았네, 갈아엎을 모양이야. 하는 감상도 해가며, 이번에 산불이 저 넘어까지 심했다고! 하는 영월의 소식도 전하며 꾸불꾸불한 길을 스피디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길에 끝에 갑자기 너른 평지에 아름다운 풍경 안에 쏙 들어간 절 하나가 보인다. 망경산사. 예밀리 입구부터 두근대던 마음은 망경산사에 도착하여 이내 차분해진다. 오늘은 특히. 지난밤 보슬보슬하게 내린 비 때문에 더 숨겨진 비밀의 공간에 도착한 느낌이다.
2020년 5월, 망경산사에 처음 내디뎠던 걸음이 2022년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뜨거워지던 그 늦은 봄날에 내가 이곳을 이렇게 자주 오리라 알았을까?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고 배우고 깨우칠 줄 알았을까?
망경산사에서 보낸 자연의 시간들, 알고 느낀 나물들의 모든 것, 그리고 스님의 손짓, 발걸음, 한 말씀으로 얻은 깨우침으로 난 지금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젠 적어본다, 기록해본다. 월요일에 떠나 얻은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