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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Apr 12. 2022

이른 봄, 명이의 맛




냉이는 지난 겨울부터 땅에 콕 박혀 있는 아이지만, 봄되면 가장 먼저 얼굴을 빼꼼 내미는 것은 명이가 아닐까. 산마늘이라고 부르는 이 정체는 정말 산에 있는 마늘이다. 스님께서는 드시지 않지만, 신도들을 위해 심으신다고. 스님은 산마늘의 냄새가 아주 강하다 하셨다. 첫 해에는 마늘 냄새가 그렇게 강한지 몰랐는데, 자극적인 맛을 배제해온 한해를 지내고 보니 그 향 참 진하다! 그 산마늘의 진하고 강력크한 맛과 향이 곧 진한 성분으로 춥디 추운 봄에도 뜨거운 열을 뿜으며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



이번 봄은 춥디 추웠다. 아니 훼이크랄까. 봄이와 따뜻해지는 줄 알았는데 다시 겨울이 왔다. 아닌 봄중에 눈이라니.. 이 눈에 올라오던 많은 나물들은 이 추위를 버티어 내느라 고생 좀 한 것 같다. 몇몇 방풍은 처음에 난 잎 몇몇이 이미 얼어 말라버리기도 했으니. 그러나 그 와중에도 당당히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명이였다.



추워서 잠깐 성장을 더디 하는 것 같더니 이내 따뜻해지자마자 쑥쑥 자라난다. 벌건 겨울의 줄기 마디 위로 푸른 잎을 드리운다. 늘 그렇듯.. 내 눈엔 딸 때가 된 것 같지만, 망경산사에서는 아직이다. 봄나물이 새순을 먹는 것이지만서도 충분히 맛이 들기까지 기다린다.


낮 햇빛에 등이 바짝 마르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즈음 명이 나물 채취를 하러 명이 밭으로 들어간다.



명이는 잎이 두장 혹은 세장 정도. 채취하다 보니까 네장 짜리도 있는데, 아마도 오래 자라다보면 잎 수가 좀 늘어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잎이 세장 나오자마자 꽃대도 함께 같이 올라온다. 이 꽃대가 올라오기 직전이 아무래도 딸 시기랄까. 영양분이 잎의 성장에 집중을 하다가 꽃의 성장으로 갈아타기 직전에! 명이는 잎이 두세장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중에서도 한장은 남기고 따야한다. 그래야 남은 한 잎으로 광합성을 해서 꽃을 피우고 또 그 다음 생을 이어가는 것이니까. 그래서 명이잎이 귀하다 하셨다. 딸때는 항상..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필요한 만큼만... 을 생각하면서...


옛날에 울릉도 명이 울릉도 명이 그래서 울릉도에서만 나는 건줄 알았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명이를 생산한다. 울릉도 나물이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손이   자연이 많고, 공해 요인이 적은데다 해양성기후로 온도가 온화하고 겨울에 눈이 많이내려 봄나물이 쑥쑥 자라기엔 좋은 환경이고, 봄도 다른 곳보다 일찍와서 다른 나물보다 먼저 시장에 리기 때문이지 싶다. 전엔 강원도 명이가 추운데다 일교차가 커서 훨씬 맛이 진하고 맛있다라고 하셔서 강원도 명이가 최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가 최고는 없다. 자연의 힘을 가진 땅에서는  땅의 최선의 맛이 나오는 것이기에. 울릉도, 강원도, 지리산, 소백산, 제주도..  각각의 맛이 맛있다!



명이를 들고와서는 마늘향을 물씬 느끼며 생으로 씹어먹어본다. 매운맛 뒤로 단맛이 돈다. 빳빳한 이 잎으로 뭘 해먹어볼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나물들이야 뻔하지뭐. 밥에 얹어먹고, 잡채해먹고, 전부쳐먹고, 만두해먹고, 조림에 조금 얹어먹고 그런것이지. 하지만 명이 하면 떠오르는 메뉴는 명이 장아찌!


한 때 명이 장아찌에 삼겹살을 먹는 것이 제일 맛나던 때가 있었다. 그땐 그냥 맛있다 하고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연한 마늘맛과 단짠신맛의 장아찌물 그리고 아삭한 잎의 식감이 삼겹살과 잘 어우러졌다.


그러나 설탕과 식초가 과하게 들어간 자극적인 맛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내 방식대로 표고와 다시마 육수에 간장만 풀어서 절이는 방식대로 장아찌를 담궜다. 6개월이 되어도 맛이 안익었다. 원래 이렇게 안되는것인가.. 아님 망한것인가 하고 또 잊고 놔두길 6개월, 그제야 맛이든 명이 장아찌를 만났다. 와... 명이 장아찌에서 마늘이 익은 향과 트러플 향이 난다! 신기해! 항상 무심코 먹었왔던 맛들을 다시 되돌아 보면 얼마나 많은 맛들에 의해 진짜 맛이 가려져 왔는지 그제사 알게된다. 명이 장아찌는 앞으로 꼭 맛간장 물에만 담궈놓기로...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명이는 산마늘이니까 식감은 다르지만 풋마늘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여 살짝 데쳐서 소금 참기름에만 무쳐보았다. 풋마늘보다 부드러운 매운맛이 감칠맛으로 변해있고, 잎의 달달한 맛이 명이는 이른 봄의 맛을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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