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흉흉한 것 만큼이나, 나도 대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루 종일 ‘이건 아닌데’ 하고 되뇌인다. 뭔가 외롭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하도, 이래서 산으로 들어가나 싶기도 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도 계속 머리에 맴도는…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난 음식이 궁금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던 것 뿐인데, 질문의 끝은 이상한 곳에 다달았다. ‘대체 이 세상 대체 어찌 돌아가는 거야?’
과일과 야채는 소비자의 니즈와 유통시스템에 맞춰, 커지는 약, 덜자라는 약을 줘가며 키우고, 가축과 해산물은 소비량에 맞추기 위해 낑겨키우고, 그로인해 생기는 병은 무항생제로 다스린다. 소위 좋은 기술과 좋은 화학제품을 사용하여 원재료명으로는 무슨 소스 인지 알기가 어려운 다양한 가공 소스로 입에 짝짝 붙는 음식을 만들고, 왜 먹어야 하는지 이 맛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예쁜 비쥬얼을 사진으로 담고 한입에 쫙 땡기는 맛에 만족을 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이다.
음식 공부를 더 맛있게 먹는 법으로 공부했다면 저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같다. 하필이면 음식 공부를 원래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걸까?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아무래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보다) 그 질문의 답은 자연이 주는대로였다.
자연과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여 농사를 짓고, 그로부터 얻어진 수확물을 알맞게 손질한다. 게다가 뭘 먹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없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은 내몸에 필요한 음식을 내주기에 그 음식을 알차게 먹으면되고 그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즐기면 금상첨화! 근데 이것이 원래 살았던 삶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삶의 형태가 되어버렸다.
자연과 함께 하며 먹는 삶!이라는 답을 찾았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데.. 이 삶을 세상에서 어떻게 영위해나가야할지, 실제로 이뤄가는 분들의 삶을 보면서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아니 이렇게나 공들여 농사를 지으시고 음식을 만든단 말이야? 근데 왜 이걸 비싸다고 하지? 아니 왜 이런걸 사면서 불평을 하지? 돈만주면 단가..
돈이 대체 뭐라고! 가치로운 곳에 흘러가야할 돈이 왜 자꾸 오만 쓸데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지. 대체 왜 바르고 좋고 손 많이 가는 곳엔 돈이 고이지 않고, 기계로 촥촥촥 빼내고 대충과 타협이 있는 곳에 돈이 고이는지. 돈! 이느므시키는 아무래도 바보라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다.
돈이라는 것이 정말 가치로운 곳에 고였으면 좋겠다. 귀찮고 알면 피곤한 일들을 기꺼이 감당해 내며 돈이 제대로 쓰이는 곳에 우리집 돈은 흐르게 해야지. 돈 이느므시키!! 두고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