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과 균
돌보는 장에 뭔가 피기 시작했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장에 하얗게 떠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올해 갑자기 장마다 골마지가 핀다. 장에는 골마지가 피면 안된다 그러고, 오이엔 골마지가 펴야 맛나다 그러고 대체 골마지는 무엇인가..
골마지: [명사] 간장, 된장, 술, 초, 김치 따위 물기 많은 음식물 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물질.
곰팡이면 곰팡이지 곰팡이 같은 물질은 또 뭐꼬. 인터넷에 찾아보니 김치의 골마지는 효모 덩어리로 밝혀냈대나. 장 선생님께 여쭈었다. 골마지가 피면 장맛이 나빠지니, 얼른 곰팡이를 건져내거나 장을 달여둬야 한다 하신다.
선생님께서 사진을 보시곤 곰팡이도 피었고, 장꽃도 있다고. 넵? 까막눈은 그것이 아니보입니다. 걸러보니 곰팡이는 뭉쳐져서 딱 건져지는데, 장꽃으로 추정되는 아이는 아무리 건져도 안떠진다. 그뒤로도 여러번 별별 곰팡이를 보다가 결국 장달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장은 어쨌든 콩에 앉은 균에 의해 시작되고, 소금물로 균을 제어하고, 다음은 날씨에 의해 균의 생애를 돌보는 일인데, 균을 잘 모르니 매번 선생님깨 S.O.S다. 여기저기 장 사정을 들어보니, 올해 유독 장과 김치에 골마지가 많이 폈다 한다. 무엇이 그리 만들었을까. 균의 활동…예사롭지 않다.
2. 채소와 균
내가 균에 대해 크게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한 책이 있다.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라는 책. 거기에 자연농법, 유기비료, 화학비료를 준 채소를 썩히는 것을 비교한 실험에 대해서 써놨는데, 결과는 비료에 따라 썩은 후의 냄새도 다르다는 것이다. 화학비료를 준 채소는 썩고도 화학냄새가 난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고…채소는 그 땅의 물, 양분을 먹은 합성체이니까, 분해하면 결국 그 땅과 물과 양분이 향과 맛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썩는다는 것은 균에 의해 벌어지는 일. 균은 땅에서 자란 것들을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채소를 썩힘으로 분해한다. 라고 생각했다.
유익균과 유해균은 우리의 입장에서 볼때 나눈 것이고, 채소의 상태에 따라 잘 분해 할 수 있는 균들이 앉아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인데 좋은 향이 나면 유익균, 냄새와 모양새가 안좋게 하는 것을 유해균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다달았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지라. 그 뒤부터는 온갖 채소의 썩는 사정이 궁금해졌다. 사실 발효도 썩는 과정의 부산물을 우리가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모든 썩는 것들에 대해서 상태를 살피고 킁킁거리고 있다. 어떤 곰팡이가 앉아 이것을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향이 나는지 살피고 있다. 맛보는 것은 용기가 좀 필요하다.
어쨌든 확실하게 안 것은 균은 모든 것으로 땅으로 되돌린다는 것. 썩음에도 예쁜썩음과 못난썩음이 있다는 것. 그 바탕엔 땅의 양분과 물이 영향을 준다는 것.
3. 몸과 균
코로나19로 사는게 녹록치 않다. 좀비랑 싸우는 것보다 더 지친다. 코로나시키. 그런데 김슨생에겐 또 다른 싸움이 있다. 건선과의 싸움. 작년에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고 퇴원하기 전날부터 생기기 시작한 건선이 1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고 김슨생을 괴롭힌다. 이게 아토피 처럼 올라오는데 붉게 간지럽고 각질이 떨어져 여간 불편하다.
병원에 가보니 최근에 수술하셨냐고 바로 알아맞춘다. 머리에 바르는 약, 몸에 바르는약을 준다. 처음엔 그냥 발라줬는데, 아무리 발라줘도 낫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냥 가려움증만 가라앉히는 것 같아서 가려울때만 알로에나 바세린 같은거 바르면 안되냐고 했는데.. 뭐 의사가 한말도 아닌데 듣겠냐고
발라도 낫지 않는 약인데…약국에서 비슷한거 사지려나 해서 그제서야 약 성분을 읽는데.. 응? 부작용 몇몇이 오빠에게도 발라주는 나에게도 나타났었다. 게다가 준 약은 스테로이드 7단계 약. 뭣이라!!
그제서야 책을 들춰보고 치료법에 대해 찾아봤다. 원인은 항생제로 추측. 수술하면서 계속 때려맞던 항생제는 나쁜균 만 아니라 좋은균도 다 죽였고, 그래서 김슨생 몸엔 세상에 맞설 균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세상은 균에 대한 태도가 두가지인데, 다 없애거나 아니면 환경을 만들어 즐기거나. 균은 다 없앤다?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멸균, 살균의 태도 보다는 즐균의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즐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