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는 삶만 알았다. 부모님도, 나도, 주변의 대부분도 그런 삶이었다. 주말엔 쉬고, 때때로 휴가도 가고, 저녁엔 친구들을 만나 놀거나 가족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 삶. 거기에 한달에 한번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고, 그 월급을 쪼개 각종 나갈돈을 빼고 남는 돈으로 일탈을 꿈꾸는 그런 삶. 그런데 지금은 언제 일하고 있는건지, 언제 쉬고 있는건지 모를 그런 삶이 되었다. 돈도 있을때 있고 없을 때 없고, 일해도 일하는 것이 아니고,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다.
2.
일이라는 것은 힘들고 스트레스 받고 내가 소모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쉼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사치를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을 빡세게 하고 쉼을 가열차게 즐기는 것이 삶이라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일인지 쉼인지 알 수 없다. 일한답시고 호미 들고 땅을 파보지만 너무도 마음의 안식이고 즐거움이고, 쉼이라고 하여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지만 내내 음식관련한 것만 하고 있으니 더이상 쉼이 아니게 되었다. 일은 무엇이고, 쉼은 무엇인가?
3.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일’에 대해 혼란이 왔다. 형태적으로는 ‘일’ 같기는 한데 그 어떤 것도 내가 알고 있던 ‘일’과 달랐다. 누군가 정해준 일을 하는 것에서 내가 정하고 내가 판단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새로운 감각이다.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일로 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 누구는 비싼 취미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일을 하고 있다.
4.
공간을 연지 1년이 되어가는 이 즈음 내가 일을 만들고, 내가 그것의 가치를 정하고 그 가치를 교환하는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인간의 습성이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나보다. 월급이 그립군 그래. 9월은 쉬기로 했다. 공간이 쉬는거지 내가 쉬는건 아닐게다. 그동안 머리속에 하려했지만 못했던 일을 해두고, 하고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쉬어간다. 그 누구도 하라고 하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지.
5.
일과 쉼이 지금껏 알던 것들이 아니고 그 구분조차 없어지는 이 경계에서 나에겐 ‘산다’라는 단어가 남았다. 다 사는 과정에 있는거지뭐. 전엔 일도 쉼도 지겹고 왜 사나 싶었는데, 그 왜?를 생각하다보니 세상의 것이 하나씩 재미있어졌다. 아마도 그동안 일이 싫고, 사는게 귀찮았던 것은 궁금하지 않아서, 알려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개미가 지나가고, 벌이 날고, 꽃이 피고지고, 비가 오고 해가 뜨는 일까지 다 너무 궁금하다. 궁금하고, 알고 알아가는 것, 이것이 일이되고 삶이 되니 즐겁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