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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38. 토마토에 대하여

2022.07.29 instargram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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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에 대하여


이번 공간의 주제 ‘여름채소, 가지과 채소’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다. 늘 많은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두달여 재료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면 훨씬 더 많은 사실들을 깨닫는다. 이번에는 유독 토마토에 대한 발견들이 많아 잊어버리기 전에 몇자 적어둔다.


1.


토마토는 분명 여러가지 색이 있지만, 빨간 토마토가 가장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색이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빨간 맛’이라는 것은 감칠맛, 신맛, 단맛의 밸런스가 제일 강력하여 요리에 아주 적합하다. ‘주황 맛’ ‘초록 맛’ ‘노랑맛’의 토마토도 그 매력이 있지만, 오래 끓여 맛을 내기는 어렵다.



2.


매봉농장 토마토를 정기배송 받고, 한살림 토마토를 정기적으로 여러 생산지 것을 구매해보았다. 색, 향, 맛을 계속 맡아 보았는데, 하우스여도 확실히 습한 정도, 햇빛의 정도에 따라 변화가 있다. 맛이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토마토는 늘 그 기후에 최선의 맛을 낸다. 비가 많이 오면 그만큼 맛과 향이 묽으면서 산미가 상대적으로 적고 여러가지 부정적인 향이 많이 느껴지고, 햇빛을 많이 받으면 맛과 향이 그만큼 진하면서 산미와 감칠맛이 올라오고 부정적인 향들이 안느껴진다.



3.


딴 직후가 겉으로 가장 향을 내 뿜는다. 꼭지를 따지 않고 엎어서 보관하다 어느정도 익어졌다 싶으면 꼭지를 떼고 보관했다. (윤임쌤이 꼭지는 인간의 탯줄과 같은 거라 하셨다.) 토마토는 실온 보관한다. 되도록이면 건조한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습한곳에서 보관하니 꼭지부터 곰팡이가 슬어(꼭지에 미생물이 많다) 빨리 상하기도 하고 맛이 상해버리는 느낌이다. 토마토는 더운 곳에서 자란 아이라 냉장고에 들어가면 춥다. 토마토는 수확되고도 약간의 후숙과정이 진행되는데 이때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것 같다.



4.


전엔 토마토소스를 양파 당근을 볶아 넣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감칠맛을 채웠다. 분명 잘 어울리는 조합이긴 했지만 토마토 맛을 더 선명하게 내고 싶어서 된장, 고추장 대신 소금으로만 해보았다. 혹시 맛이 부족할까봐 졸일때 다시마와 표고를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 마저도 좀 더 선명하게 내보고 싶어서 다 빼고 오일과 소금으로 맛을 잡아보았는데, 역시 simple is best 토마토만의 맛을 즐기려면 오일과 소금이다.



5.


사실 심플한 토마토 소스에 대한 고민 중에 중국인 친구가 알려줬던 토달볶에 토마토 익히는 법이 기억이 났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적당히 자른 토마토를 잘 달궈진 기름에 촤 소리 나게 넣은 다음 소금을 넉넉히 뿌려 토마토가 뭉개질때까지 익히고 부족한 간은 마지막에 소금으로 다시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히 토마토의 맛은 끌어올려진다.



6.


이렇게 되니 결국 변수는 토마토, 오일, 소금, 불 이 된다. 토마토는 진한 맛을 쓸 수록 맛이 좋겠지만 날씨에 따라 그게 어려울때에는 방울토마토와 다른 토마토를 섞어서 밸런스를 맞춘다. 오일은 넉넉할수록 단맛이 좀 더 올라오고 맛이 묵직해지고 부드러워진다. 오일에 따라 또 맛의 결이 차이 나겠지만, 올리브오일이나 포도씨유 정도가 향의 결이 맞다고 생각한다. 소금은 처음에 넉넉히 넣으면 감칠맛이 끌어올려진다. 마지막에 넣는 소금은 감칠맛을 올린다기보다 짠기가 올라간다. 소금은 자염을 주로 썼는데 아무리 넣어도 맛이 부족하길래 천일염을 넣었더니 신맛이 잡혔다. (미네랄을 심히 의심해보는 중이다) 불은 뭉근히 끓이는 것보다 쎄게 쓰는 것이 신맛이 더 올라온다.



7.


그도 부족한 듯 하면 월계수 잎을 넣는다. 로즈마리나 타임 오레가노 바질은 각각의 향을 내면서 향이 풍부해 지는데, 월계수잎은 토마토와 같은 풍미를 풍기는 것 같다. 그러나 되도록 풍미 좋은 토마토를 골라 심플하게 소스를 만드는 것이 쉽다.



8.


물론 맛을 여러겹 하나하나 쌓는 것이 훨씬 더 풍미가 짱짱하고 몸에도 더 밸런스가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입이 단순하여 딱 그맛을 정확히 느끼는 것이 좋아 이렇게 하는 것일 뿐…



9. 여름채소를 6-7월에 했지만, 사실 토마토는 바삭한 이 여름부터 맛이 깊어지는 식재료라고 생각한다. 가지도 그렇고 고추도 그렇다. (감자는 6월7월이 좋고!) 공간에서의 여름채소는 끝났지만, 나의 여름채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심플하지만 세심한 조리법으로 남은 여름도 가짓과 채소 불태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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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생각 #공간사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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