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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 42. 설탕 난리 부루스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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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난리 부루스



때는 2015년 mbc에서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다들 알게 모르게 설탕을 써왔지만서도, 이렇게 대놓고 설탕을 폭포수처럼 쏟아부어 쓰는 것을 보여준적이 없으니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다. 나는 설탕을 안쓰게 되었고, 세상은 설탕범벅이 되었다.



지금의 난 소금소금하고 다니지만, 사실 소금 보다는 설탕이 더 익숙했다. 찐감자에도 설탕 찍어 먹고, 팥죽에 설탕 뿌려 먹는 것이 무의식이고 습관이었다. 그렇다고 슈가슈가 했던 사람은 아니고, 나름 확고한 철학이 있었으니… 설탕은 디저트고, 음식엔 아니라는 생각.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떡볶이도 싫어했고, 양념치킨도 좋아하지 않았다. 설탕은 케잌과 아이스크림이지 ㅎㅎ



나도 응당 설탕은 음식에 필히 들어가야 하는 조미료 쯤으로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일본 음식에.. 특히 조림요리엔 설탕이 필수로 들어갔다. 하지만 뭔가 설탕을 안쓰는 것은 좋은(?) 이미지라는 것이 있어서. 올리고당을 쓰거나 굴소스나 멘쯔유를 썼다. 하하하. (아이고 의미없다)



설탕의 정점은 사부작거리면서 청을 담고, 장아찌를 하고, 피클을 만들고 병조림이나 쨈을 만드는데 있었다. 설탕 2-3키로는 우습게 썼다. 만들땐 참 뿌듯했는데..문젠 그것이 잘 먹게되지 않고 쌓아져만 있다.



이래저래 설탕은 무의식 중에 썼다. 감칠맛을 채워준다니까, 연육작용을 한다니까, 음식의 때깔을 좋게 한다니까, 발효를 도와준다니까, 아니 그냥 넣으라니까 설탕을 넣었다.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고 그 뒤로도 공부를 하면서 설탕이라는 존재를 ‘자각’했고, 이젠 설탕을 쓰지 않게 됐다.



- 한국은 굳이 설탕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한국은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열대), 사탕무(서늘한 기후)가 자라나는 지대가 아니다. 그런것이 안자라나는 것은 그런 단맛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설탕이 아니어도 채소와 과일로 충분히 당을 얻을 수 있고, 한국에서 단맛을 얻는다면 과일, 곡물로 얻어지는 조청이나 벌이 모아낸 꿀정도가 적당하다.



- 부족한 감칠맛은 설탕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충분히 고기와 야채를 익혀서 맛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감칠맛을 낼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재료를 익히면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설탕으로 감칠맛이 채워진듯한 느낌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맛 뒤에 설탕의 찝찝함이 남는다.



- 연육작용을 한다.


기본적으로 고기의 숙성을 오래하고, 고기를 오래 익히면 부드러워진다. 왠만한 채소와 과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기의 연육작용을 다 도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여름채소나 열대과일이 연육작용이 잘된다.



- 음식의 때깔을 좋게한다.


애초에 음식 때깔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자. 설탕은 코팅이 된것뿐이다. 탕후루처럼



- 발효에 도움을 준다.


설탕은 효모의 먹이니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야채(무, 배추)의 당분으로 충분하고 그도 부족할것 같으면 곡물(찹쌀풀, 밀가루풀)의 당을 사용하면 된다.



- 청, 장아찌, 피클, 병조림, 쨈은 이제 잘 만들지 않는다. 분명 입맛돋우는 재료이긴 하지만, 설탕이 들어간 것은 금방질린다. 청으로 음료를 만들기보단 그냥 즙 자체를 마시고, 장아찌는 간장과 물, 양파, 표고, 대파 끓인 물 정도로만 담군다. 그것도 귀찮아서 소금물에만 담근다. 피클 병조림은 하지 않고, 쨈은 그냥 오래 졸여두고 빨리 소진한다.



그 밖에도 할말이 많은데, 일썰 여기까지.


외식하면 단 음식에 지쳐 들어오는 일이 많은데 지난주말에 먹은 달디단 고기육수와 달디단 김치를 내는 국밥집에 화가 나서 설탕 한마디 하고싶어 적기 시작했는데, 화가 난것에 비해 그렇게 설탕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무르익지 않았다.� 설탕, 아니 모든 조미료.. 그냥 쓰지말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쓰지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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