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암댁의 생각_43. 요리란?

by 부암댁
스크린샷 2025-07-09 오후 2.29.43.png



요리란?



이 질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한지 거의 5년 가까이 되어간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만들어보고, 맡아보고,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해 ‘무엇이다’ 라고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을 뻔뻔하게 적어보련다. 그 다음을 위해서.



요리란, 익히고 간하는 것이다.


요리란, 자연의 톤을 인간의 톤에 맞추는 행위이다.


요리란, 감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 요리란, 익히고 간하는 것이다



전엔 요리를 배운다고 하면, 메뉴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이 들어가고, 그 재료는 어디서 사면 되며, 얼추 어떤 모양으로 내면 되는 구나 라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메뉴는 수단에 지나지 않을뿐, 수업에서 배워야하는 핵심은 얼마나 익히고 얼마나 간하는 것이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냄비에 할지 후라이팬에 할지, 뚜껑을 덮을지 말지, 기름을 둘러 구울지, 증기에 쪄낼지는 결국 다 어떻게 익혀낼지에 대한 이야기. 소금을 뿌리고 올리브유를 두르고 식초를 몇방울 떨어트리는 것은 결국 간을 어떻게 할것이냐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심플하게 익히고 간하는 것이 요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심플하게 아직은 불과 소금을 다루는 단계를 집중하고 있다. 불의 세기, 불에 두는 시간, 소금을 앞에 넣어 맛을 내느냐, 뒤에 넣어 짠기를 맞추느냐만 가지고도 너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 단순히 이 행위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맛있다. 재료 상태에 맞춰서 알맞게 익히고 간하기만 해도 충분히 ‘요리’다.



- 요리란, 자연의 톤을 인간의 톤에 맞추는 행위이다.



자연물들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인간은 이러한 자연물을 음식으로 취한다. 자연물의 생존의 결과가 그대로 인간에게 전해지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자연물은 인간에게 너무 날것이고, 때론 독이기도 하다. 요리는 그런 날것과 독한 성분을 다뤄 인간이 소화할 수 있게하고, 그것이 잘 다뤄졌을때 인간은 ‘맛있다’고 느끼고, 잘 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요리법이 있는 것은 이 자연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자연 속에 있는 나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창의적욕구도 있겠지만) 그래서 매번 같은 방법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자연 속에서 변화한 식재료 그리고 나의 변화를 이해해서 요리를 하면 자연과 인간사이의 gap이 줄어들어 몸이 편안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인간은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맛있다!라고 이야기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길이 없다. 젠장.



- 요리는, 감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요리는 코로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배움이었다. 그전엔 요리는 칼질과 후라이팬 돌리는 기술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술도 요리에 필요로한 것인가? 속도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재료가 불에 닿고 소금이 닿았을 때의 색, 향, 맛, 온도를 감각해내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난 더 나아가 요리에 더 중요한 것은 판단하는 것임을 더하고 싶다. 과잉 정보의 오염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을 하는 것, 흔들리는 맛의 기준 앞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갈지 판단하는 것.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감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요리에선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먹는것이고, 먹는 것은 살아가는 힘이되기에.



공부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더 추상적이 되고, 진부한 이야기만 하게 된다. ‘너 자신을 알라’ 같은 말이 격하게 끄덕여지고, 물맛이 다름을 알면서 물에 집착하게 되고. 아…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고 있다. 부족하기에 정리가 안되고 아직 익지 않았기에 써내려지지 않았을 것이지만, 글을 억지로 써내려 보았다. 요리 공부, 음식공부 5년차, 난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암댁의 생각_ 42. 설탕 난리 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