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암댁의 생각_44. 물들다

by 부암댁
스크린샷 2025-08-21 오전 10.40.50.png
스크린샷 2025-08-21 오전 10.41.00.png
스크린샷 2025-08-21 오전 10.41.22.png


하늘은 높고 해는 뜨겁고 바람은 쾌청하니 산 여기저기에 물이 드는 가을이 되었다. 그러나 난 이 물드는 시기가 영 탐탁치 않았다. 요몇년 가물어 가을의 색이 쨍하니 예뻤는데, 올해는 느즈막히 비가 많이와 가을의 색이 거무튀튀하고 영 생기가 없어 보이기에, 올해는 영 아니올씨다~ 그랬다. 가뭄은 싫은데 가물어야 예쁜건가.. 참 아이러니군..�



툴툴거리던 이 가을이 말 한마디에 세상 재미있는 계절이 되었다. #최철한선생님 의 한말씀. “왜 빨간색으로 물들었을까 왜 이런 색이 되었을까를 생각해야해요”라는 말씀에 눈이 번쩍 뜨였다. �



단 한번도 왜 이 색으로 물들었을까? 를 생각한 적이 없다. 은행나무는 노란색이고 단풍나무는 빨간색이지! 가 전부였던 내 머리속에 갑자기 은행나무는 레몬색, 누런색, 청노란색, 개나리색과 같이 노란색 파레트가 생기고, 단풍나무의 색은 대체 뭐지? 하는 물음이 생겼다. 갑자기 보이는 모든 식물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


어떤 잎은 줄기를 타고 물이들기 시작하고, 어떤 잎은 줄기를 빼놓고 물이들기 시작한다. 같은 과의 나무라면 비슷한 잎모양에 비슷한 방식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같은 종의 나무라도 자라나는 곳에 따라 쨍한 빨강, 거무튀튀한 빨강 혹은 전혀 다른 노랑으로 물들기도 한다. 같은 곳에서 자란 나무라도 위에 있는 잎, 아래에 있는 잎, 햇빛을 많이 받은 잎, 바람을 많이 받은 잎에 따라 색이 다르다.


.


포도잎은 품종에 따라, 땅(미네랄)에 따라 잎 색이 다르고 포도알 색도 다르다. 콩과 식물은 잎은 대개 노란색 주황색으로 물이 들고 열매는 노란색부터 검은색이지만 속을 까보면 휘황찬란 반짝빛나는 오색빛을 가진다. 개나리는 꽃은 노란색이면서도 잎이 검게 물들고, 화살나무는 잎이 붉디 붉게 물들며, 붉나무는 형광 주황색으로 쨍하니 물든다. 특히 단풍나무는 모든 색이 다 있다.


.


정말 왜 식물들은 이런 색을 품게되었을까? 식물들은 어떻게 살아내는 것일까?� 집에서 인왕산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돈다.



자연에서 살아나기를 평이하게 살아내는 식물이 있는가하면 격하게 살아내는 식물이 있을 것이고, 어떤 식물은 꽃과 열매에 힘을 쓰는가 하면, 어떤 식물은 잎에 힘을 쓸 수도 있고…땅의 미네랄함량, 물, 바람, 햇빛이라는 환경에 따라 어떤 식물은 받아들이는 것으로 어떤 식물은 밀어내는 것으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낸 것을 이 가을에 한껏 표현해내는 것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식물 그 어느 것도 다 같은 것이 없구나. 하면서 물든 이 가을을 걷고 생각한다.


.


세상의 모든 물 � 이 빠지는 이 시기에 물 �이 든다는 말도. 참 재미있다. 가을은 물의 시간이다.



2022.11.0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암댁의 생각_43. 요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