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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58. 음식하며 생각하기_5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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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하며 생각하기6



11. 요리를 너무 힘들여서도, 너무 대충해서도 안된다.



얼마전 6년전 오늘이라며 게시글이 떴다. 6년전 크리스마스 요리를 보며, 내가 이런 요리를 했구나 새삼.. 올챙이 시절을 생각했다. (지금은 한 뒷다리쯤 나왔나..) �요리하는 과정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너무 요리 힘들지 않나? 싶어 웃펐지만, 다시 그 때처럼 요리를 할거냐? 하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그때는 백선생님의 ‘쉽쥬?’라는 말에 격하게 끄덕이며 쉽쥬쉽쥬 하면서 요리를 했다. 대충 툭 썰어 한데 넣고 바글바글 끓이면 ‘어머 맛있어’ 했다. 맛이 부족하면 때려넣었고, 온갖 조미료는 종류별로 즐비하게 늘어놓고 가루지기 만만찮은 액상지기로써 맛을 꾸며냈다. 어떻게 요리가 맛없을 수 있는거야! 싶었던 그때. �



그런 시기가 지나 겉멋 시기도 겪었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에 나오는 셰프의 요리가 가야할 지향점인양 핀셋으로 한땀한땀 꽃잎을 따서 올리고, 고기는 무릇 수비드로 부드럽게 익혀야 하고, 소금은 무려 영귤의 껍질을 말리고 갈아 영귤소금을 만들고, 딜, 처빌을 종류별로 오일을 만들어서 샐러드에 둘러야 공들인 요리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인퓨징’하고 ‘디글레이즈’하던 그 때.



요리를 대충하든 힘들여하든 워떻든 맛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맛있다’라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 맛있다 앞에서는 안되는것이 없었다. 맛만 있다면 조미료든, 과한 조리든 모든것을 용납했다. 그런 날 멈추게 했던건 어느날 티비에서 참치 식감을 내기 위해 수박을 19시간을 말렸다는 것을 보고서였다. 전 같으면 그걸 보고서 ‘우와’ 하면서 따라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렇게까지나 할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 즈음 부터였나보다 ’음식은, 맛은, 요리는 어때야하는가?’ 를 생각을 했다. 그 질문에 답을 찾느라 하나씩 거둬냈다. 그러고 나니 소금과 불, 시간, 사람의 손길, 땅과 같은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것만 남았다. 모든 것을 다 거둬내면 너무도 심플해서 쉬울 것 같지만, 그 딱 필요한 만큼의 힘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렵다. � 무의식과 습관에 의해 무심코 힘을 쓴다. 힘을 안들이면 맛이 나오지 않고, 힘을 너무 주면 맛이 부서진다. 대충하면 잡맛이 너무 많이나고, 너무 공들이면 매력을 뿜질 못한다.



더도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을 생각하고 조절하는 것이 요리라고 생각한다. 옛부터 ‘중용’이 그르케 어렵다 그랬는데. 하하하. � 땅의 오롯한 힘으로 자란 재료를 딱 필요한 만큼의 소금과 불과 시간을 들여 만들어내는 것. 그런 요리는 내 몸과 삶에 딱 필요한 만큼의 감각과 에너지를 준다.



건강한 요리는 맛있는 요리이고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간 요리다.



12. 가니쉬는 데코가 아니다 음식에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요리를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가니쉬를 미워하게 되었다. �‍♀️ 과하다고생각했다. 내가 벌이되야할것 같은 꽃장식. 돈으로 뿌린 트러플과 캐비어, 빨갛고 노랗고 초록초록 다 들어갔지만 간은 잊은 양념장, 나물을 휘덮어버린 깨, 무엇보다 농부님이 한땀한땀 따내 셰프가 핀셋으로 하나하나 그렸을 허브. 겉치레에 이렇게 많은 힘을 써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만하게도 가니쉬 요리를 폄하하곤 했는데, 가니쉬 덕분에 엄청 맛이 좋아지는 요리를 접하면서 가니쉬를 다시 생각했다. 너무 강렬한 주재료를 완화시키기도 하고, 단조로운 주재료의 맛에 위트를 주기도 하면서 좀더 소화를 용이하게 돕는 가니쉬라면 이건 반드시 올라가야지!



주재료에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맥락도 없고 화려하여 거둬내고 먹어야할 가니쉬를 주로 보다보니 가니쉬가 잔뜩 올라간 요리를 싫어했던 건데… 이래서 애들한테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가니쉬가 음식에서 의미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땀한땀 농부님의 고생이고, 그것을 보관하기 위한 과한 유통과정이며, 감각을 혼란하는 자극이다. 꼭 필요한 것을 딱 필요한만큼만! 어쩌면 제일 어려운 것이 가니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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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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