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하며 생각하기7
13. 페스토, 후무스는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다.
언제부터 인가 바깥 음식에 페스토와 후무스가 많아졌다. 분명 요리를 막 공부하던 때만 해도 ‘오~ 이런게 있어?’ 싶었는데… 분명 맛있고 건강에도 좋겠다. 하지만, 너무 많다. 우리가 먹는게 페스토랑 후무스만 있는게 아니잖아.�
페스토, 후무스는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다. 물론 우리음식만 먹어야 한다는게 아니고(근데 우리음식이 좋긴 좋아..다 이유가 있어, 흠흠 암튼�), 가끔 맛볼 수 있지… 하지만 먼나라 음식을 이 나라에서 먹을 때는 몸에 많은 gap이 발생한다. 건조하고 더운지역의 음식이 습하고 더운 이곳 사람들에게 맞는 음식일 수 없다. 맛도 그 곳에서 먹는 맛이 안나지만, 소화도 영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료로 하면?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비효율적이다. 후무스로 예를 들면, 우선 병아리콩처럼 껍질이 부드럽고, 탄수화물이 고슬고슬하고, 지방이 풍부하여 갈았을때 부드러운 상태가 되는 우리 콩을 찾기가 힘들다. 비슷한건 밤콩 정도 찾을 수 있겠지만, 밤콩은 병아리콩에 비해 쫀득해 잘 풀어지지 않고, 지방이 부족해서 많은 기름을 넣어야 한다. 페스토는 그래도 여러 변주가 가능한데, 땅과 기후를 생각하지 않은 레시피에만 집착한 페스토는 역시 입에 대한 자극일 뿐 편안한 맛이 될 수 없다. 잘 맞지 않는 것을 되게 하려면 많은 무리를 해야한다. 균형잡기는 더 어렵고. (나만 어려운지도 몰라여�)
14. 그 음식을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왜 외국의 음식이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맛이 없을까? 왜 그 나라는 그런 음식을 먹었을까?하고 생각했다.�
일단 그나라에만 그 식재료가 난다. 요즘이야 맘만 먹으면 씨를 구해다 키울 수 있지만, 오랜시간 그 땅에 적응하며 사람과 공존해온 식재료들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로한 양분과 성질을 품었다. 그 땅과 기후에 맞는 색, 맛, 향, 식감을 품었다. 우리땅에선 맛있는 고추가, 일본에가면 달지 않고 쓰고 향을 품지 않는 것이 그러한 이유다.
그런 식재료를 또 사람들은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기가막히게 다뤘다. 물론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불과 물을 구할 수 있지만…�이번에 매쉬드 포테이토 만들며 든 생각인데, 감자를 삶으면 더 맛있는데 왜 얘넨 찌는 거지? 싶었는데. 답은 물에 있었다. 물이 좋은 나라는 삶는 요리가 많고, 물이 안좋은 나라는 주로 굽거나 튀긴다. 불쓰기도 마찬가지. 건조한 나라와 습한 나라의 불쓰기가 같을 수 없다.
심지어 발효는 더하다. 어디서든 다 같은 발효가 될것 같지만, 같은 소금을 넣어도 어디는 산미있는 김치가 되는데, 어디든 쿰쿰한 김치가 된다. 그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 어디는 식초를 넣기도, 어디는 기름을 넣기도 하면서 맛을 잡는다. 많은 발효음식들은 그 땅을 예민하게 감각해서 밸런스를 잡은 결과물이다.
그러니까… 좀 역사가 있는 음식은 먹는데 다 이유가 있다.
15. 효율적인 것이 전통이 되었다.
호기심 가득한 인간은 정말 말도 안되는 갖가지 시도를 해왔다. 고조리서를 보면 이렇게나..? 싶은것들이 많다. 하지만, 귀찮고 맛없으면 또하지 않는다. 정성을 들여도 적당히 들여야지 너어어어무 과한 정성을 요하는 음식은 결국 없어진다. (한참 수비드 하드니, 요즘 또 안하자나�) 그래서 우리가 지금 전통음식이라고 여기는 음식들은 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장이 그렇고 김치가 그렇다.
전통요리라는 것들이 도구도 투박하고 양도 많고 주변에서도 함부로 하면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니까 뭔가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는데, 겉치레를 다 걷어내고 해보면.. 전통 요리는 계절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조리법을 가장 효율적 다룬 것들이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만 그런게 아니라, 전세계 전통 음식이 다 그렇다.
늘 하는 이야기 인데, 수천년간.. 인간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심지어 목숨도 잃어가면서), 심어보고 만들어서 맛있는 것만 남겼다니깐! 그러니까 전통을 좀 바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구닥다리에 힘든게 전통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것이 전통이다.
202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