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우정반지보다 사진보다 더기억이 남는 작업
어젯 밤에도 늦은 9시에 퇴근한 남편은
몸이 아픈 나를 도와주려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싱크대 아이그릇도 깨끗이 씻어놓았다
다시 아침을 맞고
등교등원을 준비하면서 비어있던 싱크볼은
아침식사 그릇으로 서서히 채워지고
병원을 다녀와 부엌을 들른 나는
싱크대 앞엘 마주섰다
쓰다가 거품이 남은 수세미로
바깥일 집안일에 피곤한 신랑이
급하게 아침으로 먹은
지난날짜의 요거트용기와
티스푼을 먼저 닦아내고,
바쁜 아침에도 우유와 계란으로 만든
스크램블과 사과, 키위 몇조각을
챙겨먹고 가는 큰아들의 기름기 있는
접시를 연이어 닦는다
기침이 잦은 작은 아들의 물말아먹은
깨끗한 밥공기를 이제 보았네!
임신을 한 내가
병원가기 전, 작은아들의 보챔에도
꿋꿋하게 먹었던 추어탕 국그릇도
씻다보니, 아이들 젓가락과 과일을 콕콕
집어먹던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
산타 할아버지 얼굴의 포크만 남았네
물기를 탈탈 털어서 상단 건조대에
모든 용기를 올려 놓으니,
물기가 흐르다 맺힌 핑크쟁반 등뒤로 연분홍으로 어느새 한그루한그루
변해가고 있는 뒷산이 보인다
비가 올 때는 축축한 색으로 거세게
흔들리던 너희들은 얼마 전까지 얼어죽겠다 창백한 갈색잎으로 몸을 숨기더니..
이젠 봄이 왔더냐
길거리에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풍성한 잎의 나무들보다,
나는 설거지하면서 밤에도 낮에도 비가와도 추워도 우리 가족에게 스스럼없이 전부를 보여주는 너희가 참 예쁘다
나와 함께 조금씩 변해가자 잊지말고
madel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