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

_엄마가 하루를 되새김질 하는 은밀한 장소

by 부암 마들렌

하루 육아의 마지막인 5살 막내를 목욕시키고

문밖으로 내보내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세수를 간단히 하고 머리를 감고 샤워가 끝나갈 즈음

소와 양이 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하루'를 천천히 되새김질 한다

한없이 부족한 내 안의 신에게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때가 잘타지 않는 회색수건을 꺼내들고

네모나고 길쭉한 욕조에 물기를 닦아내며

엄마로서 할 일을 빠짐없이 해냈는지


샤워기로 바닥과 성스러운 변기 위아래면을 씻어내면서

내 뾰족한 감정과 말들로

가족들과 친구들의 마음을

얼룩지게 하진 않았는지


여기저기 얼룩진 큰 유리거울을 닦고

또 닦아내리면서

내일 아침부터는 반복되더라도 평범하더라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보자고


맨 마지막으로 제습기를 돌리고

욕실문을 철컥 닫고 나면,

자고 일어나 물기없이 단정해질 이 곳과 내가 기대가 돼 설레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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