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언젠가는 커버릴, 다 커버린 가족들을 기다리는 한사람
오후 4시가 되자
남고생들이 우르르 떼지어 내려와
깜빡이는 신호등 끝지점을
하나 둘 헐떡이며 통과한다.
보고있던 주변 어른들은 혀를 차지만
학교에서 뛰쳐나와 아슬아슬함을 즐기며
들이키는 시원한 공기는
그 무엇보다 행복해 보인다.
오늘 학교에 돌아온 큰아들이
가장 닮고 싶어했던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던 단짝친구가 전학을 간다고
장보러 간사이 전화가 왔다.
힘들었던 학교를 마치면
'자전거 함께 타자'
말을 건네준
마음에 들어 온 친구였다.
그 아이와 생이별하는
서운함과 허전함을
표현하기에도 벅찬 10살에게는,
슬픔을 나눌수 있는
한사람이 있어줘야 한다.
밤 10시까지 일하고 돌아온 남편이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둡게 꺼진 방들만이 기다리고 있다.
허전한 마음에 빈부엌을 들낙날락이다가
정수기 물한잔 마시고는 깊이 잠이든다.
어른이 다되었지만
퇴근하고 돌아온 그 순간
엄마 대신, 따뜻하게 반겨주며
'다녀왔어! 수고많았어'
다독여 줄 수 있는
한사람이 있어줘야 한다.
내가 한국에 돌아올때마다
공항에서 어머니가
손을 세차게 흔들어 주셨던 것처럼,
언젠가는 커버릴,
벌써 커버린 가족들이 지쳐 돌아온 그 곳,
맨 끝에는
'내가' 그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
- 부암 마들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