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몇번을 제대로 보려다가 포기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을 아는 상태여서 그런지 요즘의 우울한 심리상태에서 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 암막커튼을 다 치고 겨우 봤다.
영화는 형의 사망소식을 전화를 통해 듣는 리로 시작한다. 리는 형의 장례를 치뤄야 하고 자신의 조카이자 형의 남겨진 아들 패트릭(17세)의 양육을 문제로 맨체스터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리는 맨체스터를 떠난 이유가 있다. 원래 리는 딸 3명을 가진 부부였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집이 춥게 느껴져 장작을 잔뜩 넣어둔 뒤 잠시 맥주를 사러 밖으로 나간다. 걸어 갔다오는 길에 집은 리가 넣어둔 장작 때문에 불길에 휩쌓인다. 결국 1층에 자고 있던 자신의 아내와 밖에 있던 리는 살게 되지만 2층에서 자고 있던 딸 3명은 모두 사망한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자식들이 죽게 된 리는 부인과 이혼하고 맨체스터를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곳에 다시 돌아오니 리는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으로 맨체스터에 있는 동안 계속 힘들어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보여준다. 그리고 리와 패트릭은 계속 부딪힌다. 그럼에도 리는 패트릭을 위하기도 한다. 결국에 리는 맨체스터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조카 패트릭은 다른 사람에게 양육을 맡긴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 리는 아마 좋은 아빠였을 거 같다. 요즘에 생각하는 집안일 잘 하고 양육을 잘하는 그런 가정적인 사람은 아니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다정한 아빠였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패트릭이 영화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보트의 모터를 새로 사자고 계속 리한테 조른다. 리는 돈이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형의 집에 남겨진 총을 보며 이를 모두 팔고 패트릭을 위해 보트의 모터를 새로 산다. 또한 영화 중간 중간 패트릭은 선을 넘으며 리에게 대들지만 리는 그런 패트릭에게 화를 내지만 결국은 져준다. 이런 부분들이 아마 리가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 장면들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리의 전부인이자 3명의 아이들의 엄마였던 랜디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랜디는 이미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 아이를 낳은 상태이다.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리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랜디는 사건 당시 리에게 모진 말을 해서 미안하고 리가 정말 잘 살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나는 이 장면 부터 거의 통곡하듯이 울었다. 리의 마음이 이해됐기 때문이다. 리의 힘듦은 누구에게 비난 받지만 그렇다고 감옥에는 가지 않을 죄이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장작 안정망?을 치지 않은 게 범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인간이다. 자신의 실수로 자신의 세 아이가 죽게 된 일. 속죄를 한다 해도 누구에게도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품고 살아가는게 ..너무 나도 힘들어보였다.
결국 적응하고 살아가려고 애쓰던 주인공은 포기한다. 영화의 결말 지점에서 패트릭에게 너의 보호자는 다른 사람이 될거라고 리는 전달한다. 패트릭이 싫다고 할 때 리는 대답한다.
'못 견디겠어, 못 견디겠어...'
그리고 리와 패트릭은 포옹한다.
나는 이 장면을 애정한다.
모든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고 갈등을 해결하는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역경을 포기한다. 그게 너무나도 좋았다. 영화 주인공이 말하는 못견디겠어가 왠지 나에게 너도 이기지 못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우리가 다 헤쳐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