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못 끊겠어요

다이어트는 끊을 수 있어요

by 비누방울

운동을 그렇게 다니고 식단을 열심히 해도

올해도 살이 빠지지 않은 건

단 하나

나의 야식 사랑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먹는 야식

마음이 공허해서 먹는다.


공허함이 풀리면 야식도 그만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야식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1. 긴장을 완화

야식을 먹으며 예능을 보는 그 시간은 유일하게 내가 긴장이 풀리는 시간이다.

하루 동안 참은 모든 숨을 그때 내쉰다.


2. 수면제 역할

어떤 약도 해내지 못한 걸 혈당 스파이크가 도와준다.

약을 먹으면 기절한 듯이 잘 수 있다.


3. 보상

스트레스를 받든, 좋은 일이 있던 일단 먹는 것으로 나에게 상을 준다.


여기서 야식의 가장 큰 역할은 1번이었다.

온종일 깨물고 있던 턱의 긴장을 풀고

잔뜩 올라간 어깨도 내려온다.




감정이 올라오지 않게 조절하는 나의 일상에서 긴장과 불안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살기 위한 본능..


감정이 다치는 게 싫고> 보호하기 위해 나를 억누르고>그 결과 긴장하고 감정이 올라올까 불안해한다

감정이 올라오면 이 루틴이 반복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하는 감정이

나에게 있으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짜증, 불안, 증오, 행복, 기쁨 등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살려고 애쓴다.

당연히 그건 불가능이다.

그럼 어떻게 되냐

내 내면에서 싸우거나 나는 상상으로 도망친다.

내면 속에서 왜 감정이 올라오지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과 함께 그걸 억누르려고 한다.

아니면 내가 슈퍼맨처럼 모든 일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20년 넘게 살아왔다.

그리고 야식은 자취하면서 시작됐으니 6년 넘게 가진 습관이다.


그래서 오늘 한 번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1. 날 성추행한 작은 외삼촌을 여전히 아끼는 나의 부모가 너무나도 싫고

2. 부모에게 어떠한 연결고리도 못 느끼겠고

-뭐라 설명을 못하겠으나 나의 부모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감정이 없다. 그냥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사람 이외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되려 내가 챙겨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그전까지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잘못이라고 믿으며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3. 같이 일하는 동료의 얄미움

4.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화

5.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 하루 종일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야식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은 날에도 쿠팡이츠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음식을 담아놨는데 말이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나를 가두는 방식으로만 평생을 살아왔다.

이제 다시 나를 꺼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 속 야식은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방식이 아닌

스스로의 억압 속에서 풀려나는 자유 그 자체였다.


이제는 야식을 먹는 그 순간만이 아닌

나의 모든 시간에 자유를 선사할 때인가 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