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생활 16년, 대만 타이베이를 기록하자.

나에게 대만이란,

by 버블티

2023년 12월 3일 나는 대만을 완전히 떠나왔다.

대만을 떠나는 그날 나는 공항에서 울었다.


3793.jpg 타이베이 쓰쓰난춘(四四南村)에서 본 타이베이 101 빌딩


24-11-11-13-29-04-990_deco (1).jpg 대만을 완전히 떠난 2023년 12월 3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친구의 집에 머물렀는데, 그 친구가 남자 친구와 함께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나의 친한 대만 친구가 타이베이에 살지도 않는데 나를 배웅하고 왔고

근처에 사시는 친한 한국 분이 일 중간에 잠시 짬을 내어 나를 보러 와 주셨다.


사실 12월 3일의 이별 전 2023년 4월에 1차적으로 집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다시 2023년 9월부터 잠시 다시 대만에 머무를 때 다행히 대만 친구의 집 방을 구해서 지냈다.

이런저런 이유도 있었고 너무 오래 산 곳이라 한 번으로 딱 헤어지기 어려웠던 터라

나는 9월부터 다시 3개월간 대만에 더 머무르면서 대만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별이었다.


IMG_0304.JPG 대만을 떠나기 직전 타오위안 공항(桃園機場)

내 인생의 반 이상을 대만에서 살았다고 볼 수 있기에 대만은 나에게 진짜 제2의 고향이었다.


대만에서의 삶, 어쩌면 나는 대만에서 성장통을 겪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40대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나.

예전에 봤던 40대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어른으로 보였으나

내가 보는 나는 여전히 어리고 많은 것들을 모르고 서툰 그런 아이 같은 40대인 거 같다.


대만에 살면서 나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대만에 왔던 28살에 나는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대만에서 30대를 보내면서 알게 됐다.


멀쩡하게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해보겠다고 하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대만과 한국을 이어보겠다며 글도 써 보고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해 봤다.


그때 당장 돈이 없어 시작한 게 한국어 선생님이었다.


여러 경험 끝에 시작한 한국어 선생님.

단 한 번도 선생님이 될 생각이 없었던 내가 한국어 선생님이 되어 있는 지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참 잘 맞는 일이었다.

나는 이제 프리랜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일을 사랑한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1년을 보냈고 일본에서 5개월 어학연수를 했던 나의 경험.

그리고 영어를 나름 좋아했던 나의 모든 경험이 내가 한국어 선생님이 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그리고 대만에서 취미 활동을 찾은 것 또한 큰 수확이다.

K-pop dance는 나에게 중요한 취미 생활이 되었고 한국에 와서도 지속하고 있는 취미이다.

그러면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대만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대만에서 독서라는 취미도 확실하게 갖게 되었다.

책을 나름 가까이했지만 책을 정말 많이 읽게 된 것은 가장 힘들 때였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해서 책은 정말 꾸준히 보고 있다.

대만에서는 책을 사서 보는 게 어려워 '밀리의 서재'로 많이 읽었다.

책을 보면서 또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3792.jpg 마오콩(貓空)에서 본 타이베이 101 빌딩

이렇게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준 곳이 바로 대만이다.

대만, 특히 내가 살았던 타이베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하다.

나는 대만 친구들이나 대만 학생들에게 나를 타이베이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도시가 바로 타이베이이기 때문이다. 대만 친구들보다 더 길을 잘 알기도 했다.


그런 대만 그리고 타이베이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기록을 붙잡고 적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이 생겼다.

이 기억들이 사라진다면 내 인생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내가 지내온 세월의 대만을 나의 시선으로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하고 여유로운 타이베이의 모습, 맛있는 대만 음식들, 너무 더워서 말이 안 나오는 땡볕 아래의 여름 그리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울하고 습한 대만의 추운 겨울까지 모두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