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들려주는 동화
“야, 밥에서 쉰내 나잖아! 언제 밥한 거야?”
“야라고 하지 말랬지!”
“애 밥은 먹여서 학교 보내야 할 거 아냐?”
“생각하는 척은”
“야!”
“야라고 하지 말라고”
나는 이렇게 시끄러운 아침이 좋다. 엄마와 아빠가 소리 지르며 싸우더라도 이렇게 함께 아침을 보내는 것이 좋다. 아무도 없는 밤이 싫지만 아무도 없는 아침은 더 싫다. 늦은 밤이라도 엄마와 아빠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며 잠드는 밤이 더 낫다.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아침,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하는 건 정말 싫다.
나는 세수를 하고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었다. 그리고 거실에 깔아놓은 이불 위에 앉아 우유 없는 시리얼을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엄마는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누워서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식탁에 앉아 나를 빤히 보았다.
“은수야.”
“응?”
“은수야.”
“왜 아빠?”
“은수야… 맛있어?”
“응. 맛있어. 나 시리얼 좋아해.”
“휴~”
아빠는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몇 번 나를 부르고는 한숨만 푹푹 쉬었다. 아빠가 나를 계속 보는데도 나는 아빠를 쳐다볼 수 없었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 먹을 때까지 아빠가 계속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시리얼을 먹었다.
아빠는 지방에서 일해서 2, 3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온다. 내가 어릴 때는 아빠가 꼬박꼬박 토요일 아침 일찍 집에 왔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걸까? 아빠는 바쁘다며 못 오는 토요일이 늘어났고 엄마는 화내는 일이 많아졌다. 혼자서 나를 키우고 아픈 외할머니 간호를 하느라 엄청 힘들었던 것 같다. 엄마는 점점 웃지 않고 말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엄마는 오랫동안 아팠다. 엄마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서 밥도 잘 먹지 않았고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 나를 데리러 오는 시간도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됐을 때였다. 마중 나오기로 한 엄마가 몇 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엄마가 전화도 안 받으시네. 아, 어쩌지. 은수야, 집 찾아갈 수 있지? 다른 애들 때문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네.”
사범님은 초등학교가 있는 아파트 정문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얼떨결에 갈 수 있다고 대답은 했지만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했다. 혹시 엄마가 올까 싶어서 두리번거렸다. 건너편 햄버거 가게로 가는 신호등이 몇 번이나 바뀐 뒤 나는 혼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