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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매니아 May 28. 2021

성범죄 이야기 3 : 성풍속범죄

 이번에는 성풍속 범죄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다.  

   

 공연음란

    

 먼저, 성풍속 범죄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음란죄가 있다.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에 주로 여중(女中)이나 여고(女高) 앞에서 활개를 치던 일명 ‘바바리맨’이 자주 하던 행위가 공연음란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형법에서는 공연음란죄에 대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제245조)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특정한 행위가 “음란”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퉈질 수 있다.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판단을 한 적은 없지만,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음란’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다퉈지기도 했었다. 결국 ‘음란행위’는 불명확한 가치개념으로서 한 사회의 시대관에 따라 법관의 해석에 의해 보충되어야 할 사항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성교행위나 자위행위의 경우 대부분 본 죄의 음란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 판례에서 음란행위로 보아 공연음란죄로 처벌한 예로는 1인의 나체쇼, 성기 또는 나체의 노출 등이 있다. 다만, 성기 또는 나체의 노출의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음란행위로 보기도 하고, 단순한 과다노출 행위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3호에 의거하여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 대상으로 다루기도 한다.      


 공연음란죄 혐의로 수사했던 사건 중에, 어떤 젊은 남성이 도로 주행 중 버스 옆에 자신의 차를 정차시킨 뒤 차 안에서 버스에 있는 여성 승객을 응시하며 자위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경찰 수사 뒤 송치된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수사 단계에서부터 “평소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당시에도 그 가려움을 참을 수 없어 차 안에서 바지를 벗고 사타구니 부위를 심하게 긁은 것이다. 그런데, 버스 안 여성이 이를 자위행위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타구니 백선증 등 병명이 기재된 진단서와 진료내역 등 자료도 잔뜩 제출을 한 상태였다.


 피의자가 다니던 피부과 의사에 대한 전화 수사, 의학사전 검색 그리고 피해 여성에 대한 추가 전화 조사 등 추가 수사를 했다. 이를 토대로 피의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결국 피의자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는 피의자인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바지 밖으로 꺼내서 흔드는 등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았다. 피해 여성도 남성이 성기를 꺼내 흔드는 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아 신고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것이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가 보는 앞에서 또는 볼 가능성이 있는 자리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았다. 몇몇의 유명 구기종목 운동선수들도, 검찰 입장에서 흑역사 중 하나인 모 지검장도 공연음란죄 혐의로 수사받고 재판도 받았다.      


 한편, 같은 행위를 놓고 공연음란인지 강제추행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한 사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여성을 보면서 그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경우 이것은 공연음란일까 아니면 강제추행일까? 일반인들에게 이에 대해서 물으면,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인해 불쾌함과 수치심을 느끼는 피해 여성이 있으니까 성풍속에 관한 죄인 공연음란죄보다는 강제추행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강제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범죄이다. 따라서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나 해악의 고지가 없이 여성을 보고 자위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강제추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판례 역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여성을 바라보면서 자위행위를 한 비슷한 사안에서 어떤 경우에는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반면 공연음란죄 성립을 인정한 경우도 있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판례가 일관성이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 


 강제추행으로 의율 한 사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가해자, 피해자 위치상 피해자가 도망하기 힘든 구조였다. 또 피해자가 성적으로 미성숙하고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여고생이었다. 반면 공연음란 성립을 인정한 사건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었고 피해자가 엘리베이터 입구와 가까이 있어 도망하기가 용이한 편이었다. 피해자의 나이도 전자의 사건보다는 많은 편이었다. 


 물론 강제추행이 아닌 공연음란 성립을 인정한 판결에서 법원이 든 논거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단순히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고 해서 해당 사안에서 가해자의 폭행, 협박을 더욱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도망이 용이하다는 점이 강제추행과 공연음란을 가르는 본질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등의 의문이 들 수 있다.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는 자위행위가 형법상 공연음란 또는 강제추행 중 어느 범죄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는 폭력성을 수반하는 강제추행죄의 본질로 돌아가 생각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따라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을 보인다든가 피해자 신체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 행사와 동시에 자위행위 등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 범죄     


 또 다른 성풍속 관련 범죄이면서, 실무상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성매매 범죄가 있다. 성매매는 한 때 윤락행위(淪落行爲)나 매춘(賣春)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성매매를 규제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는 몇 개의 입법례가 있다. 성매매 행위나 성매매 조장, 알선 등 일체의 성매매 관련 행위를 처벌하는 금지주의, 성매매 자체는 허용하지만 성매매 여성을 관리하는 규제주의 그리고 성매매를 금지하지 않는 관용주의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중에서 금지주의를 취하면서도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성매수자인 남성만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 및 성매매 알선 등을 규율하고 있는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1조에서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 자체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며 설령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약식기소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당사자에게는 처벌 수위가 문제가 아니다. 성매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들은 ‘제발 사건 처분이 어떻게 나든, 처분결과가 집으로 통지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한다. 처벌 수위보다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이 더한 고통인 것 같다. 그래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 피의자가 수사관이나 실무관으로부터 “검사님이 기소유예 처분하실 것 같습니다. 곧 통지가 나갈 것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도하거나 기뻐하는 내색은 없이 “혹시 집으로 우편이 날라 오나요? 우편물 통지를 안 받을 수는 없을까요? 아니면 주소를 바꿔 주실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기 일쑤이다. 이들에게 불기소된다는 말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주소보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신청방법을 알려주면,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이 될 것이라는 안내를 들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들뜨고 기쁜 목소리로 “예,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치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성매매 사건의 경우에는 검사 처분 시 특이한 제도가 있다. 성을 매수한 자가 성매수 사실에 대해 자백을 하고 초범인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서 일정 교육을 이수할 것을 조건으로 붙이는 것이다. 그 일정 교육이라는 것이 보호관찰소에 가서 성매매의 반인권성과 범죄성 그리고 왜곡된 성문화 등에 대한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는 것을 “존 스쿨”이라고 하고, 존 스쿨 교육을 받는 것을 전제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것을 “존 스쿨 조건부 기소유예”라고 한다.


 이 제도가 존 스쿨이라고 불린 유래가 재미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생겼는데, 보호관찰소에 이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성매매를 하다가 발각되어 그런 교육을 받는 것이 부끄러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로 자기 이름을 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John이라고 칭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각 연도별로 가장 흔한 신생아 이름이 있는데, 대표적인 이름이 영수, 정훈, 민준 등이다. 아마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식으로 이 존스쿨 같은 제도를 도입하였다면 “영수 학교” 정도로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간통죄

    

 한편, 성풍속 관련 범죄 중에 좌장(座長) 격이었던 간통죄는 오래 전부터 존폐 논의가 계속되고 위헌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다퉈지다가(위헌 결정 전까지 총 4차례의 헌법재판에서 합헌 결정이 있었음), 결국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간통죄 규정이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는 추세, 간통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 간통죄의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 등을 근거로 간통죄 처벌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필자는 2007년에 검찰에 입사하였는데, 입사 후 초기에는 간혹 검사실에서 간통죄를 수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검사가 조사하라고 건네주는 간통죄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 무렵부터 조금씩 간통죄가 사문화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가끔씩 1980년대나 1990년대 등 조금 오래된 사건들의 판결문이나 범죄경력을 보다가 간통죄로 구속되고 실형까지 선고받은 경우도 꽤 있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행위를 하는 같은 행위에 대해 실형 선고를 하다가, 점차 수사와 처벌에 소극적인 관행으로 법이 사문화되더니 나중에는 아예 법률의 폐지로 인해 불가벌이 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특정 행위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는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어쨌든 이 간통죄 폐지로 인해 우리 사회에도 여러모로 변화가 생겼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당시 간통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던 사람들은 무혐의 처분이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고, 이전에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은 석방되었다. 간통죄 폐지 이후에는 간통을 범한 배우자나 그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자(相姦者)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대신 배우자나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는 건수가 많아지고,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의 액수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흥신소(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를 증가한다고 하여 몇 억 몇십 억 원이 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3천만 원 정도에서 1~2천만 원 정도 인상된 것에 불과한 것이니, 위자료를 통해 간통행위를 억제하는 것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간통행위가 부부간의 성실의무, 정조의무를 위배하는 불법행위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미 파탄 난 혼인관계라면 형사처벌이나 위자료 같은 수단으로 간통을 억제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간통죄 관련하여 친고죄의 공범의 제1심 판결 선고 후 고소 취소가 가능한지, 종용(慫慂)이나 유서(宥恕)의 개념 등 형사소송법상 난해한 논점들이 있었는데, 간통죄 폐지로 인해 형사소송법을 시험과목으로 하는 수험생들의 무거운 짐 하나를 덜게 되었다.  
 

 

 여담으로 필자도 간통죄 때문에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간통죄를 저지르거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아내 집안 어르신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사 및 간단한 소개를 마치고 식사를 하던 도중 장인어른의 형제 중 한 분이 갑자기 간통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했다. 사법시험이나 공안직 공무원 시험 면접에서나 나올 것 같은 질문을 상견례 자리에서 받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생각하느라 우유부단하게 이야기하여 면접에서 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던 터라, 그 자리에서는 평소 소신을 단호하게 말했다. 간통죄에 대해서 찬반 논쟁이 있고 각 주장 모두 일면 타당성이 있는 논거가 있지만, 성인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는데 이를 형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제재하려고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워낙 자신 있게 깔끔하게(?) 대답을 해서인지 그 답에 대한 추가 질문은 없었고, 결혼에도 골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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