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여비 제도라는 것이 있다. 참고인은 우리가 흔히 증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법원에서는 증인이라고 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이들을 참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참고인 중 대표적인 사람은 목격자이다. 어떤 사실을 보고 듣는 등 경험한 사람을 뜻한다.
검사실에 근무하다 보면 간혹 이런 참고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있다.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거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같은 참고인의 진술이 사건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데 ,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출석하지 않겠다고 할 때 등이다. 이런 경우 검찰수사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정의감이나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일이 전부라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이때, 참고인에게 조심스럽게 참고인 여비 이야기를 꺼낸다. 조심스럽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참고인 여비라고 책정되어 있는 금액이 4~6만 원 정도로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이다. 출석 여부를 놓고 한창 밀당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소액의 여비를 챙겨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누구를 거지로 아나?’ 하는 오해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참고인 여비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의외로 참고인 여비 이야기를 하면 마지못해 출석하겠다고 약속하는 참고인들이 꽤 있다.
참고인이 말하는 뉘앙스나 전화선 너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봐서, 소액의 참고인 여비를 주겠다는 말 때문에 검찰청 출석을 수락한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고인은 출석으로 인한 번거로움, 피의자나 고소인과의 관계 등의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정의감, 시민의식 등의 발로로 출석하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검찰수사관이 소액이지만 참고인 여비라도 드리겠으니 제발 검찰에 출석해 달라고 사정까지 하면, 참고인은 ‘검찰수사관이 돈 몇만 원 이야기까지 하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구나, 정말 애쓴다. 그래 나가서 한 번 도와주자.’는 심정으로 출석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무튼 참고인 여비 이야기까지 하면서 참고인을 설득하여 출석하게 한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업무상 횡령 사건을 수사 중이었는데,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내용을 진술할 만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참고인이 세 명이다 보니 책임감이 분산되어서인지 몰라도, 세 명 모두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하는 것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모두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하는 것이 피의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고, 특히 세 명 중 한 명은 객관적으로 출석이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또 한 명은 자신이 참고인으로서 진술해야 하는 사건 시점이 자신의 자녀가 사망했던 시기라, 검찰에 출석하여 그때의 애통한 기억을 소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무리 사건 처리가 중하다 해도, 그런 사람을 부를 수는 없었다.
이로 인해 난감해하고 있던 중 기록을 좀 더 상세히 검토해 보니, 처음 기록을 볼 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참고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참고인의 진술만 확보될 수 있다면, 앞서 말한 세 명의 진술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피의자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역시 그 참고인도 검찰청으로 부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검찰에 출석하면 생업에 지장이 있다는 것과 굳이 남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한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 때문에 수차례 전화기를 붙잡고 그와 장시간 통화를 했다. 그도 정말 짜증이 났을 것이다. 전화통화로 한참을 ‘오니, 마니’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할 수 없이 ‘참고인 여비’ 카드를 꺼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여비에 대해서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참고인이 깊은 한숨을 한 번 내시더니, “알겠습니다. 장소하고 시간 말해 주세요. 여비는 꼭 챙겨 주시고요, 여비 때문은 아니고 수사관님이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정성 때문에라도 한 번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검사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검사님과 나는 참고인에게 몇 번을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참고인이 귀가하기 전, 여비는 정말 적은 액수지만 그것이라도 꼭 챙겨 주겠다고 하면서 그에게 여비 신청서를 건네주었다. 그 후 나는 참고인 여비 신청서를 검찰청 총무과 재무계에 제출하였고, 이후 인사이동이 있어 다른 검찰청으로 가게 되었다. 새로운 검찰청, 검사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실무관이 아까 참고인 여비 지급 때문에 전화가 왔었다면서 전화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란 것이 대략 두 달 전 즘에 어렵게 조사했던 참고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약속했던 참고인 여비가 지급이 안 되었으니 확인해 달라고, 내가 인사이동으로 간 검찰청과 부서까지 찾아 연락을 취한 것이다. 급히 전에 근무하던 청 재무계에 전화를 하여 확인해 보았다. 일반적인 것은 아닌데 그 무렵에 한 번에 몰아서 결재가 되기 때문에 지급이 늦어진 것이라고, 곧 지급이 될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수사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참고인이 얼마나 실망했을까 하는 생각에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이 불편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