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밀집장소 추행
지하철, 버스, 찜질방 등 다수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죄가 바로 공중 밀집장소 추행 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죄로 처벌을 받고 있는데, 또 이 죄가 적용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직접 불러서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 죄의 해당 법조문을 보도록 하겠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조문 가장 앞에 나와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이 범죄가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장소이고, 그중에서도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이다. 개인적으로도 청사가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찰청에서 근무할 때, 지하철 4호선과 2호선을 이용하며 흔히 말하는 지옥철(地獄鐵)에 시달렸다. 특히 환승역인 사당역은 이른바 ‘헬게이트’를 맞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을, 송곳조차 세울 틈이 없을 정도라는 의미에서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표현에 딱 부합하는 것이 출근 시간대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사당역의 풍경이다. 의지에 관계없이 파도처럼 밀리고, 밀고, 서로 밀지 말라며 소리 지르고... 그런데, 이런 극도의 혼잡함을 틈타 이성을 추행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이다. 지하철 성추행 범죄에서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양상은 크게 다음 두 가지 경우이다.
먼저, 신체적 접촉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도 혼잡한 지하철 객실 내에서 여고생과의 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치한으로 몰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자신의 혐의 없음을 다투는 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끔 경찰에서 지하철 성추행범 집중단속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증거채집을 하는 경찰관에 의해 범행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성기를 여성의 둔부 부위에 밀착을 시키고 있다던가, 손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럴 때는 수사하기가 정말 편하다. 범행 장면이 담긴 객관적 증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피의자를 추궁하면 대부분 고의를 포함한 범행 일체에 대해 자백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범행 장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물적 증거가 없어서 문제이다. 대부분 피해 여성이나 주변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해 경찰이 성추행 피의자를 특정하기 때문에, 이 피의자 특정 과정(이러한 과정을 ‘범인 식별절차’라고 함)에 문제가 있다고 다투는 성추행 피의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출동 경찰관의 증언 등을 세밀히 분석하여 수사를 하되, 그래도 피의자의 혐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기소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죄 확정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신체적 접촉 자체는 인정하지만 의도성을 다투는 경우가 있다. 대개 혼잡한 지하철 등에서 다른 사람들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뿐, 성적인 의도를 갖고 여성을 만진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또, 피해 여성은 남성이 손으로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움켜잡았다거나 남성의 성기를 자신의 몸에 밀착시켜 문질렀다고 진술하는데, 남성은 움켜잡은 것이 아니라 스친 것이라고 하거나 성기 부위가 여성의 몸에 닿아 한 번 툭 밀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결국 추행의 의도성을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사안은, 접촉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는 피의자도 인정을 하고 단지 그 주관적 의도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생리검사에 의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리생리검사 결과도 ‘판단불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유형에서는 앞서 본 접촉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보다 더 피해자의 진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피의자 주장대로 떠밀려서 불가피하게 접촉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만지고 추행한 것인지 이런 차이는 피해 여성이 육감으로 인지할 수 있고 그 미묘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결국은 인간의 의도에 대한 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접촉에 대한 개인별 예민함의 차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여성의 오해나 무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관, 검사나 판사 모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추행이 자주 일어나는 또 다른 공중 밀집장소로는 찜질방이 있다. 남녀가 섞여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산림욕장, 황토방, 아이스방 등에서, 여성이 잠을 자거나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여성의 신체에 접촉을 꾀하는 것이다. 고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에 찜질방 내 CCTV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악용해서 호시탐탐 범행 대상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찜질방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은 앞서 본 지하철 성추행보다도 추행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접촉 자체가 실수였다고 변명하는 경우도 흔하다.
공중밀집장소 추행죄는 성폭법상의 다른 죄에 비해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다투는 사례도 많고 부족한 증거관계 때문에 수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소추기관인 검찰에서 근무하는 수사관으로서는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무고한 자가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히고 주변과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기록을 거듭 살펴보기도 한다.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
관음증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성행위나 옷 벗는 모습 등을 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정신성적 장애(psychosexual disorder)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관음증이 범죄적 행동으로 표출된 모습 중 하나가 화장실이나 목욕탕, 탈의실 등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옷을 벗거나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이러한 행위를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 이용장소 침입행위’라는 죄명으로 규율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목욕실 또는 발한실(發汗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해 화장실이나 목욕탕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로 들어가서 이성의 행위를 엿보는 행위를 별도의 성범죄로 다스리지 않았다. 단지, 정당하지 않은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들어가 그 사람이 주거지에서 누릴 수 있는 사생활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보아 형법상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죄)로 의율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에 성적 목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 등에 침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성폭법에 신설되었다.
그런데, 성폭법상의 이 죄와 형법상의 주거침입죄를 비교해 보면, 특별법인 성폭법보다 형법의 주거침입죄에서 징역형의 경우 형벌을 더 중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성폭법 제12조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v. 형법 주거침입죄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언뜻 생각하면, 성적 목적 추구라는 특정 목적의 실현을 위해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 침입하는 행동이 보통의 주거침입죄보다 더 위험하고 형도 더 높게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입법연혁과도 관련이 있다. 앞서 본 성폭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 최근 개정되기 전까지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이 죄를 신설할 당시의 입법자의 판단에는 화장실 등에 들어가 엿보는 행위가 사람이 많은 혼잡한 곳에서 추행을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거나 더 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를 고려하여 법정형을 정하다 보니, 징역 1년이 상한으로 규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그 처벌 이외의 불이익은 없지만, 성폭법상 성적 목적 침입죄의 적용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죄로 수사를 받는 많은 사람들이 ‘행위의 의도성’에 대해 다툰다. 주로 변명하는 내용이, 자신은 이성이 옷을 벗거나 용변을 보는 모습을 보고 쾌락을 느끼는 등 성적인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용변이 급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거나 여자 화장실인지 모르고 들어 갔다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급히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범행이나 범의를 은폐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화장실 등 공중장소에 들어간 경위,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의자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
관음증이 성범죄로 표출되는 또 다른 모습이 성폭법 제14조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이다. 먼저 해당 법조문을 보도록 하겠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조문상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라고 되어 있는데, 이 범죄에 가장 빈번히 이용되는 수단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일 것이다. 검찰실무나 변호사 실무에서 직접 다뤘던 사건 중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이외에 다른 수단이 이 범죄에 이용된 예는 많이 보지 못했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초소형 카메라나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도 많이 행해지는 것 같다.
남의 허락 없이 남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상식적인 일에 속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초상권’이라는 권리가 언급이 되고 초상권 보호가 논의가 될 정도로 남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하는 것에 관대하고 그에 대한 제재에는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규정에서 도출하는 인격권과 민법 제750조 제1항의 불법행위에 관한 일반 규정을 근거로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도 초상권의 권리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고 남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의 영역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이를 예술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드물지만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그 신체의 주인이 동의나 승낙할 때이다. 형법에서 피해자의 동의나 승낙을 취급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고, 피해자의 동의 등이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것이 구성요건해당성을 없애는 ‘양해’인지 아니면 위법성을 없애는 ‘승낙’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여기서 그에 대한 논의를 상세하게 나열하고 따져 보는 것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촬영 당시에 그 주인공이 촬영에 동의하였다고 한다면 이를 법에 어긋난다고 보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촬영 당시에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어도, 시간이 흘러 다른 시점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를 반포, 판매, 임대, 전시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이는 위법한 행위이다. 이 역시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반포 등의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자는 동의하지 않았고,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촬영물 등을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격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에서도 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이하 "반포 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 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 반포 등 행위를 할 때 이를 영리의 수단으로 하면 통상의 반포 등 죄보다 중하게 처벌된다. 단순히 본인의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 충족을 넘어 사람의 성을 상품화한 것은 불법성이 더욱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③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마지막으로, 흔히 미디어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줄임말인 ‘몰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적절한 용어가 아닌 것 같다. 90년대 한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뒤 유행처럼 퍼져갔던 ‘몰래카메라 시리즈’로 인해 ‘몰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도 몰래카메라 또는 몰카로 검색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몰래카메라 형식의 개그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 사용은 불법 촬영을 하는 행위 자체나 가해자, 피해자를 모두 희화화시키고 불법성에 대한 인식을 희석시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몰카라는 용어보다는 ‘불법 촬영물’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