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풍속 범죄로 수사를 받게 된 지방공무원 L씨,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재판받게 된 보건직 공무원 J씨, 성폭력 범죄로 수사를 받게 된 경비원 K씨. 이들의 공통점은 일정 수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자신의 직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내부 징계절차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즉 이들에게는 처벌여부보다는 처벌수위가 주요 관심사이다. 이런 경우 의뢰인과 나는 한마음이 되어 “지금 이 사람은 이 사건에 자신의 직(職)이 걸려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싶다.
그럼, 검사와 판사는 이렇게 응답하실 것만 같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직이 걸려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지.”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직이 걸려 있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의 기반이 흔들릴 만큼 절박한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나 역시 갑갑한 심정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직이 걸려 있는 의뢰인이 기댈 사람은 나밖에 없다.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고 의뢰인과 면담해서, 범행경위(과정)에 참작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이 사건으로 직을 잃게 되면 가족의 생계가 얼마나 어려워지고 가정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는지(부양해야 할 노모나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욱 좋다) 등등 감형 사유가 될 만한 것들을 애써 찾아서 읍소하고 또 읍소한다. 이를 위한 의뢰인과의 면담이 몇 시간 걸릴 때도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인용률(?)이 괜찮은 편이다. 간신히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은인”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한다. 숱한 사건에 치여 바삐 살고, 시간이 흘러 한 사람의 인생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는 자부심과 결과에 대한 기쁨도 희미해질 즘 내 사건기록부와 일정은 어느새 다른 비슷한 사건들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