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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매니아 Oct 16. 2023

외국어 공부

개인적으로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중학교 재학시절에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방학 숙제 중 하나가 프린트에 기재된 약 500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었다. 방학이 끝나자마자 단어시험을 본다고 했다. 개학 직후 전교생 대상으로 한 단어 테스트가 실시되었고, 나 역시 시험지에 제시된 100문제의 단어 뜻을 쓰는 시험을 보고 있는데, 다른 단어는 모두 쉽게 풀렸다. 그런데 유독 한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ring의 뜻을 적는 문제였다. 원래 그 단어도 “반지”라고 쉽게 썼다가 다시 문제를 읽어보니 “다음 동사의 뜻을 적으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순간 명사의 뜻을 적으라는 것을 잘못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신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반지"가 원 모양으로 생겼으니, ‘돈다’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답안지에 그렇게 적어냈다.      

시험 후 첫 영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며 전교생 만점자  두 명 중 한 명이라고 칭찬해 주신다. 저명한 영영 사전의 17번째인가 뜻에 “돌다”라는 뜻이 적혀 있단다. 혹시 알고 적은 것이냐며 조심스레 물으신다. 나는  머뭇머뭇하다가 쑥스러운 웃음으로 답을 대체했다.  


내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해서 수상(受賞)까지 한 유쾌한 기억 때문인지, 이후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좋았고 단어암기를 즐기게 되었다. 단어를 많이 알다 보니 자연스레 문장을 읽고 쓰는 것도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집중하다 보니, 읽고 쓰는 것만 잘하게 되고 말하고 듣는 것은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전공한 독일어도 비슷했다. 희한하게 단어암기가 술술 되었다. 한때는 어휘력을 바탕으로 집중적으로 읽고 쓰기 공부에 치중하여 청해의 낮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교의 독일어과에서 졸업 요건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점수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언어에 손을 대었다. 한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도를 중심으로 한 라리가 열풍 때문에 회사의 국외 연수 등을 꿈꾸며 스페인어를 2개월 정도 학원 다니며 잠깐 배웠는데, 너무 단기간이라 문법이나 청해는 많이 공부하지 못했어도 어휘만큼은 짧은 시간에 2,000개 이상을 암기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이웃 나라의 언어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외국어인 일본어... 일본어에 나도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번번이 동사 변형이 나오는 문법 때문에 좌절하곤 했다. 그래도 역시 저력의 어휘 암기력으로 많이 부족한 청해와 문법 실력을 커버하며, 어찌어찌해서 JLPT(일본어능력시험) 2급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이 언어들 중에 회화가 가능한 외국어는 없다. 모두 단어는 일정 수준 이상이 되니, 5개 국어 능통자가 아니라 5개 국어 단어 능통자라고 해야 하나? 


언젠가 집에서 나의 막강한 어휘력을 뽐내며 각 언어의 재미난 단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페인어의 게빠르도(guepardo)는 ‘치타’란 뜻이래, 신기하지?”

“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의 일본말, 앗싸리가 담백하다는 뜻이라니, 아다리가 맞다도 일본어야?” 


한창 내 나름대로 신나서 썰을 풀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와이프가 핀잔을 준다.      

“영어나 제대로 해.”     

요즘 법무법인에서 베트남 형사사건 수행도 많이 하고, 베트남인이 다수인 사법통역인 대상 교육도 하고 있는데, 이제 베트남어 아니 정확히는 베트남 단어를 한 번 파볼까? 와이프가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 같은 계획이다. 베트남어도 이미 표현 3개는 외우고 있다. Xin chào(안녕하세요), Tạm biệt(잘 가), Cảm ơn(고마워) 이 정도면 이미 베트남어를 시작한 것일까? 낯선 6개의 성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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