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사귀고 일 년쯤 되던 해 , 이 사람과 결혼하면 적어도
함께 소박하게 행복을 꿈꾸며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귀는 동안에도 매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결혼 하고 살림을 꾸려나가도 지금처럼 지내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 사람과 결혼 결심을 하는 건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같이 산지 한 두어 달, 우린 다투는 날이 생각보다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내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우린 참 많이 다른 것 같아. 우리 가치관이 너무 다른 걸까?”
“아니 여보, 우린 가치관은 비슷할지 몰라
단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를 뿐이야.”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가치관과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른 게 무슨 차이인 거지?
논리적인 기자 남편과 감성적인 디자이너 아내가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중심을 그려 맞춰가는 일보다
삐그덕 거리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싸움의 불씨는 늘 그랬듯 소소한 소재에서 번져나갔고
결국은 그 소재는 온데간데없고 불편한 감정만 쌓이기 일쑤였다.
서로가 기분이 좋을 때는 어느 누구보다 천생연분같이 쿵작이 잘 맞는 우리였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의 온도차가 생기면
대화가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각자만의 대화 방식으로 대화할 뿐,
상대를 헤아리기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려나가는 가치관, 아니지 당신이 말하는 중요함의 포인트는 얼마나 다른까?
그럼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도 제각각 다를까?
우린 앞으로 얼마나 비슷한 모양의 행복을 그려나갈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여보 여보, 당신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음 글쎄.. 적어도 이 세상 사람 중엔 그래도 내가 제일 당신을 잘 알 고 있지 않을까?”
틀렸다. 아니 틀렸다기보단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가 상대에 따라 나의 행동이나 언어가 다름을 느끼지 아니한가? 나 역시도 남편과 함께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백 프로 내 모습이라고 일컫기도 글쎄,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겠어~
그리고 당신도 내가 알고 있는 당신과
내가 모르는 당신의 이야기가 분명 다를 거야
궁금하긴 하네. 당신이란 사람이!”
그래서 우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 한 가지 주제를 꺼내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거리를
좁혀나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린 생각을 정리하기위해 글로 먼저 옮겨보기로 했다.
매일 2만 자 이상의 글을 읽고 2000자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글쟁이 기자 남편의 글에 비해,
매일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조합하며, 때론 그리는 직업을 업으로 삼은 디자이너인 나에겐 사실 머릿속 떠도는 생각을 글로 써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일지도모르겠다
소위 글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디자인 쟁이가
나의 생각이란 걸 글로 옮기려 하다 보니 애초에 ‘주제 파악’이 되면서 망설여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한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려고,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돼~ 그냥 너의 생각을 간결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가면서 우리 둘 만의 방식으로 생각을 공유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용기 내어 일상의 생각들을 담담하게 써내려 가보기로 했다. 다소 서툴지만 서로가 각자 생각을 하고 글로 정리하고, 또 공유하다 보면 하나둘씩 실과 바늘로 꿰매듯 행복들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고.
거기에 보태어 그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
일상의 소재나 장소를 그림과 함께 그려보았다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었던 그림과 담담한 글을 통해 일상을 함께 만들어보려 한다.
이 글은 우리 둘만을 위해 쓴 글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둘만을 위한 글이 아니다
누구나가 함께 합을 맞춰 거리를 좁혀가고 싶을 때,
혹은 더욱 서로를 알아가고 싶은
친구, 연인, 가족 누구나와 공유할 수 있는 질문이자 글이길 원한다.
당신도 함께 글을 쓰고 서로 공유하며 느낌을 그려 나가다 보면 페스츄리같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우리만의 이야기가. 우리만의 행복들이 엮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1.05 다랑쥐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