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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Dec 10. 2018

'쓰고 싶은'이 아닌 '써야만 하는'

노란 집, 박완서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박완서’ 작가님의 ‘노란집’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마흔 일곱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13,776(+300)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3.
이 책은 2011년 1월 타계한 박완서 작가님의 미발표된 단편소설과 몇 가지 산문들을 작가님의 장녀이자 함께 작가이기도 한 호원숙 작가님이 어머니의 글을 모아 발표한 책 인데요. 모인 글들이 박완서 작가가 2000년부터 살았던 직접 지은 아치울 마을의 <노란 집>에서 쓰여져서 <노란 집> 이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합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노부부의 시골생활 이야기를 담은 1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완서 작가님이 일상 생활을 하며 생각했던 것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직접 겪은 사건들을 모티프로 소설을 쓰는 것이 작가님의 하나의 스타일로 여겨졌을 만큼, 박완서 작가님은 자신이 일상에서 겪는 일과, 그로 인해 하게 되는 생각들을 꼭 맞는 단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노란 집>을 통해서도 역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노래하는 가수가 자신만의 가창에서의 장점이 있듯이, 작가들 역시 각자만의 탁월한 장점들은 하나씩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4.
특히 이 책은 박완서 작가님이 돌아가시기 10여년전 쯤부터 쓴 글을 엮은 만큼, 작가님이 ‘늙어감’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야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주목하는 부분이나, 삶의 오묘함과 동시에 누추함까지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 그리고 멈추지 않는 생체시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빛나는 정신을 가진 인간으로써 스스로를 반성하는 내용들은 독자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내면의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SNS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소노 아야코’의 책, <약간의 거리를 둔다> 역시 작가가 노년의 여성 문인이라는 점과 자신이 나이가 먹어가며 인간과 인생에 대해서 느끼는 것들을 추린 산문이라는 점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이 책 <노란 집>과 닮은 부분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하기에 소노 아야코의 책보다 박완서님의 책이 덜 읽히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5.
산문집을 통해서도 무난하게 발휘되는 박완서 작가님 글의 원동력은 작가님의 기억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작가님의 글에는 작가님이 어린시절부터 노인이 된 이후까지 겪은 많은 사건들이 모티프가 되어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소설이란 픽션이고, 픽션이란 허구를 말하는 거니, 완전히 만들어 낸 세계가 아닌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기억에서 모티프를 따서 살만 덧붙이는 방식이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또 다른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에 실린, 얼마 전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님의 여행친구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교수님의 작품해설을 인용하자면 소설은 ‘오직 쓰고 싶은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만 하는 것을 쓰는 것이자, 스스로만이 쓸 수 있고 남에게 받아쓰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부 기억을 묘사해내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쓰기는 순수소설로의 가치가 매우 높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설이니만큼 굉장한 것이 따로 있을까. 물론 없지요. 그것은 절대로 남으로 하여금 받아쓰게 할 수 없는 것. 스스로, 직접 써야 하는 것. 그만이 쓸 수 있는 것. ‘쓰고 싶은 것’만을 쓰는 것은 소설일 수 없습니다. 소설이란, ‘오직 쓸 수 있는 것’만을 쓰는 것이지요.]

김윤식 교수님은 2013년에 <내가 읽은 박완서>라는 책을 내기도 하셨는데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6.
<노란 집>의 책머리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적혀있는데요.

‘삶은 누추하기도 하지만 오묘한 것이기도 하여 살다 보면 아주 하찮은 것에서 큰 기쁨,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싶은 순간과 만나질 때도 있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삶의 누추함과 함께 오는 오묘함까지도 인생이 주는 하나의 재미로 받아들이게 되는 진지한 경쾌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7.
자신이 하나 둘 쌓아둔 세상에 대한 인상들을 독자들에게 담백하게 묘사해주는 작가님만의 스타일을 가볍게 느껴보기 좋았던 책, 박완서 작가님의 <노란 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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