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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pr 15. 2019

우연이 그려내는 빅 픽처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입니다.


2.

예스24를 기준으로 베스트셀러 탑20에 34주간 올라와있을 만큼 꾸준히 많은 분들께 인기가 많은 책인데요. 이 책의 익숙한 표지를 다들 한번쯤은 보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 출간된 것은 2010년인데도 불구하고 제 경우에는 책을 조금 늦게 읽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꺼려졌습니다. 너무 명확하게 범죄스릴러 장르라는 것을 어필하는 일러스트라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밌게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범죄와 스릴러 사건들로 이루어진 책에 대한 리뷰다보니 스포일러성 후기가 될 것 같은데요. 혹시 책에 대한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이라면 지금 영상을 끄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3.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 있는데요.


제1부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인 ‘벤 브래드포드’의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을 조명합니다. 사진가를 꿈꾸었지만 지루한 신탁업무를 맡은 변호사가 된 벤의 모습이나 사진가와, 작가를 각각 꿈꾸며 결혼한 아내 ‘베스’와의, 안부인사조차 물을 수 없는 숨막히는 부부관계를 벤의 시점에서 자조적으로 서술합니다. 그러다가 베스의 외도를 알게 된 벤은 외도남인 사진작가 지망생 ‘게리’를 살해하며 1부가 마무리 되죠.


제2부에서는 게리를 살해한 이후에 벤이 수습하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데요. 벤은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게리로 살기로 결심합니다. 벤 자신과 게리의 금전관계나 신변을 필요에 따라 정리하고, 친구인 빌의 요트를 빌린 뒤 폭팔사고를 위장해 게리의 시체를 마치 자신의 시체인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뒤, 게리 서머스로의 삶을 시작합니다.


제3부에서는 게리 서머스로 살아가는 벤이 우연히 정착한 몬태나 마운틴폴스에서 겪는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게리가 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는 벤은 주정뱅이이자 기자인 루디 워렌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대중에게 공개하게 되고,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벤은 자신의 정체를 루디에게 들키게 되고, 루디에게 이끌려 삶의 주도권을 잃을 듯 보였으나 벤의 차를 음주운전하던 루디는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죽은 루디의 시체는 자동차 화염 속에 타버려, 차의 주인인 게리, 그러니까 게리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벤이 죽은 것으로 오해됩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신분을 세탁할 기회를 얻게 된 벤은 자신을 사랑하는 앤의 도움을 받아 그녀와 잭이라는 아들을 얻고 가족으로 살아갑니다.


4.

줄거리만 들어보면 범죄스릴러물의 장르성이 강한 소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장르문학이라는 표현으로 가려지기에는 다소 아쉬울 정도로, 독자에게 감상적 질문을 던지는 포인트들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1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자신이 젊었을 때 혐오하던 삶을 살게된, 전형적인 월가 중산층,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를 통해 보상하는 중년 남성이 되어버린 벤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인이 [안정적인 삶]이라는 미명하에 역설적으로 소모시키고 있는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2부에서는 감히 살인이라는 범죄 앞에서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마음 먹은 벤의 모습을 통해 그토록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신의 삶을 하찮아했음에도 본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며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3부에서는 게리가 아닌 벤으로써의 범죄 행각이 들어나기 직전, 또 한번 루디의 죽음이라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새 삶을 얻게된 벤과, 그의 조력자가 되기로 한 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가 삶을 개척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인생이란 우리가 일으키는 주체적 행동이 아니라 그저 우리 앞에 놓여진 우연한 사건의 연속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5.

어쩌면 벤이자 게리이자, 나중에는 앤디로 살아가는 소설의 주인공이 벤일 때보다는 게리일 때가, 게리일 때보다는 앤디일때가 조금 더 그 사람이 바랬고, 스스로가 편안해 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가까운 존재가 된 듯이 느껴지는 것은 최고의 사진이 그저 우연히 다가온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것에서 나오듯,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앞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p. 103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사진가는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6.

자신이 되고자하는 정체성과의 괴리, 삶에 우연히 다가오는 사건들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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