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하늘이 참 푸르다.
더위가 한 풀 꺾였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어쩐지 나도 모르게 맥이 탁 풀렸다.
헬스장에서 러닝 머신 위에 달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stop버튼을 누르고 멈췄을 때의 기분을 알 것이다.
앞으로 쏠리는 기분. 앞으로 걷고 있는데 다리의 먹먹함. 몸은 계속 달리는 그 느낌.
은퇴한 외삼촌이 어느 날 술 한잔을 하시고 한숨 쉬듯 말씀하셨다.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일하고 은퇴했는데 마냥 행복할 줄 알았거든. 늘 이날만을 기다렸는데. 달리는 말에서 내린 기분이야. 계속 달려야 할 것 같다고."
인디언들은 말을 멈추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본다고 합니다.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면서.
- 신영복 교수
주말, 친구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자인, 베이킹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여자친구 들이다.
각자의 고민을 말하는데 한 친구가
"나는 쉬지를 못해. 잠깐 쉬려고 해도 일생각이 나!"
"나돈데! 나는 프리랜서로 전향하고서부터는 일한 '시간'을 늘려. 1시간이면 끝나는데 일부러 2~3시간씩 붙잡고 있으면, 아! 내가 3시간 일했네. 하면서 마음이 편해져"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왈칵.
참, 애쓰면서 사는구나 우리.
우리는 그날 이후로 매일 일상의 '평화'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일과 중 단음료 마실때의 평화
친구들과의 단톡방
문득 평화로운 순간이 오면 사진도 찍어 공유한다.
친구 덕분에 이렇게 잠시 숨죽여 웃는다.
난이도 극상!!
그러면서 우리가 찾아낸 진실 같은 것은
1. 내가 절대로 평화로울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2. 어떤 행동을 하면 평화가 온다는 것
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1. 절대로 평화로울 수 없는 순간이 있었는데
할 일이 많은 전날 밤, 사건 생각으로 뒤척이다 출근할 때
부장검사가 사건으로 급히 찾을 때
나의 숨은 가빠지고, 피가 머리로 쏠리며 머리가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 걷기를 하면 평화가 왔다.
출근길에 걸으며 피아노 선율을 들을 때
급하지 않게 부장실로 천천히 걸어갈 때
스르르 이완되고, 평화가 찾아왔다...이너피..스.
햇빛을 쬐거나
모닝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눈을 감아도 좋다.
순간의 평화가 쌓여 하루가 된다.
여러분 오늘 어땠어요?
"응, 평화로웠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많이 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