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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Aug 25. 2023

현직 검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받을 줄이야

앞으로 영원히 실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하도 이런저런 사건을 보다 보니... 엄청나게 화나는 일이 없다.

그런데! 근 몇 달 만에 나를 화나게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허리가 매우 안 좋다.

10분 이상 앉을 수가 없어 하루 종일 스탠딩 데스크에 기록과 컴퓨터를 올려놓고 서서 업무를 본다.

교통사고 이후 업무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그렇다.

  

평소처럼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고, 보험회사에 실비청구를 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 000 고객님이시죠? 저는 xxx손해 사정사입니다. 현대해상을 대리해 고객님 실비보험 청구에 대해 적정성 여부 등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조사라니...? 내가 보험사기 조사는 해 봤어도 조사를 받는 것은 또 처음이네.

솔직히 너무 바쁜 상황이었고 마음대로 하라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손해사정사가 방문했다.

고객이 있는 곳으로 와 사인을 받는데 검찰청에 온 건 처음이라고 했다. 긴장했다며 서류도 놓고 온 그에게 친절하게 음료를 건네주었다.

직원들의 놀림을 받으며 그렇게 역으로 조사(?)를 당했다.


여러 가지 동의서 등에 사인을 하고는 2주 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며 돌아갔다.

꼬치꼬치 캐묻는 것들도 참 많았는데 대부분 '의사'가 답변해야 할 문제들이었다.

그는 내가 다닌 병원에서 진료기록과 진단 내용을 확인해 보험회사에 전달했다고 했다.

(손해사정인은 아무런 권한이 없고 단순한 자료조사 대리인이다)


한 달이 넘도록 보험료 지급은커녕 연락도 없었다.

결국 두 달이 다 되어서야 직접 전화를 걸었다.

보상팀 담당자는 사람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 저희 보험회사 자체 의사 선생님께 감정을 받은 결과, 고객님은 더 이상 도수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셨어요. 그래서 더 이상의 도수비용은 지급이 불가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보험 가입할 때 약관에 그런 말도 없었고, 저는 1세대 가입자라 도수치료가 무제한 보장되잖아요, 그리고 올해 8개월동안 6번 받은거면 그렇게 많이 받은 것도 아닌데요?"

"금감원과 의사협회에서 요통 환자들에게 도수치료 12회가 적정하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법이 그래요. 12회 이상부터는 고객님께 앞으로도 영원히 지급할 수 없어요"

분명히 '영원히'라고 그랬다.


영원히 지급을 못한다니...?

지금도 글을 쓰며 허리가 아파 일어나늗데 울컥울컥 화가 차오른다.

결론은 내가 과잉진료를 했다는 것이다. 마치 보험사기를 친 것 같은 뉘앙스였다.

진료를 환자가 하나요? 의사가 하지.


도수비용이 비싸지기는 했다. 그로 인해 보험회사가 부담이 되는 것도 맞다. 그렇다고 정당하게 회사와 계약한 환자에게 이런 식으로 부담을 넘기다니. 보험회사의 횡포에 어이가 없다.


또하나,  '법이 그래요'라고 말했다.

법이라니? 금감원의 결정이든 의사협회든 간에 모든 것은 법률이 우선이다.

법률은 오히려 가입자 편이다. 법원에서 "보험 계약자에게 모든 도수비용을 지급하라"는 가입자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2016년도 딱 한차례 12회가 적정하다는 금감원의 결정문을 첨부한 '더 이상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통보문을 등기로 받아보며(금감원 결정은 법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치료를 못 받고 있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뇌경색으로 마비가 온 남성, 아이가 사고로 척추를 다친 엄마, 택배 상하차의 무거운 것을 들다 다친 청년 등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겪고 더 이상 필요한 치료를 못 받고  있었다.

물론, 보험사기꾼들도 많다. 하릴없이 계속 입원해서 보험금을 타거나, 몸이 아프지 않은데도 여러 치료를 받으며 실비를 청구하는 사람들. 그렇게 생겨나는 구멍을 정당한 소비자들의 희생으로 메꾸려 하다니.


병원에서는 그래서 되도록 모든 환자에게 1년에 일정 횟수만 치료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송까지 가면 당연히 소비자가 이기겠지만 개인의 입장에선 이런 일에까지 매달리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 보험회사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밖에.


담당자는 말단 직원뿐이니, 지인인 민간 손해사정인분께 검토를 부탁해 놓은 상태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고, 필요하다면 분쟁도 하려고 한다. 위에 열거한 분들은 겁이 나서 향후 1년간 치료를 안 받거나, 무제한 보장임에도 10회 정도로 합의하셨다고 한다. 아이고... 두야. 그래, 한번 해보자. 잘못 건드렸어^^ 후후.




*** 잘 해결돼서 피해 입으신 소비자들에게 좋은 리딩 케이스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절차진행하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법 글로 다시 남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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