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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May 31. 2024

일할 사람 다 어디로 갔을까

더에이트쇼(the 8 show)와 회사 인사 시스템

축하와 아쉬움이 맴돌던

최근 검찰 인사이동이 있었다. 함께 했던 많은 동료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어떤 이는 서운해했고, 어떤 이는 기뻐했다. 어디로 가든 그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올해는 인사적체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부장 승진을 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사건의 무게와 치열한 다툼 속에서 단련되었고, 가끔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검찰청 인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특히 형사부 검사의),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수석검사였음이 무색하게 다시 막내검사가 되었다. 밥총무도 해야한다.


예전에 선배들이 '막내 오래 하면 능력 있는 거야'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 특수부나 주요 부서의 경우 기수가 높은 사람들만 모여있으니 그런 곳에 간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그냥 인원부족으로 인해 소위 '짬 때릴' 뿐이다.


8개의 계층 사회

의도치 않게, 내 계급(?)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THE 8 SHOW"의 8개의 계층이 떠올랐다.

여기서도 실제로 8층 방의 천우희가 아래 방을 내려다보며 식사 분배 권한을 가지고 '짬을 때'린다.


"THE 8 SHOW"는 1층부터 8층까지 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모여 1분 지날 때마다 상금을 받는 게임이다. 그저 그곳에 머무르기만 해도 상금이 올라가고, cctv로 지켜보는 투자자들이 '보시기에 재밌으면' 시간이 연장된다. 다만 층마다 올라가는 상금의 액수가 다른데, 1층과 8층은 무려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8층을 배정받은 천우희는 하루 5억의 가치가 있는 쇼를 펼치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도시락과 물을 통제한다.



나는 내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부장이 부부장이 되고, 승진이 누락되며, 조직 내 위치가 뒤바뀌는 상황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마치 "THE 8 SHOW"의 세계처럼, 나도 나 자신의 계급 변화를 통제할 수 없었다. 이는 개인의 노력과 성취가 외부 요인에 의해 무색해짐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무기력해야 하는 것일까?


부와 가난의 무한 세습

드라마 속 인물 중 계층의 벽을 넘기 위해 애쓰는 자가 있다. 1층의 남자는 자신의 층을 바꾸기 위해 돈을 모은다. 그러나 the eight 즉, 8은 돌려서 보면 '무한'과 같고, 부와 가난은 대를 이어 무한 세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부의 추월차선' 같다. 일정한 금액 이상의 돈을 번 사람(추월차선을 탄 사람)은 무한대로 돈을 번다. 결국, 1층은 2층조차 갈 수 없었다.


구글은 8명의 인물을 이렇게 설명한다. 소시민(1층·배성우), 정의의 사도(2층·이주영), 평범한 계층(3층·류준열), 기회주의자이고 노력하는 자(4층·이열음), 평화주의자이고 이 계층부터 여유가 있는 자(5층·문정희), 힘센 남자로 군사지배계급(6층·박해준), 브레인이자 관료 계급, 정치인(7층·박정민), 돌아이, 파라오, 지배계층(8층·천우희)


8층을 결정한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지배계층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계급과 위치는 일시적이고, 그것이 우리의 가치를 정의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금수저가 아니었지만, 나의 위치가 내 가치를 결정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든 시간을 쪼개어 쓰고, 목표를 위해 계획하고 노력해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 계층이 되었다.


나는 늘 이럴 때면 영화 기생충의 대사가 떠오른다. 아들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가난을 세습하지 않으려면 계획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넘어서

한 가지, 결국 8층의 인간도 시스템 안의 사람일 뿐이었다. 약속된 시스템 안에서 연기하는 광대일 뿐, 진짜는 '시스템'이다. 검찰청 내의 인사이동 시스템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검사들을 더 잘 양성하기 위해 설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원 부족 문제로 인해, 적절한 인력 배치가 어려워지면서, 특정 부서나 팀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졌다.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검사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조직 전체의 동기 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개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THE 8 SHOW"가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회사나 사회의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일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다시 막내가 된 것은 오히려 나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업무를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 선배들을 도와 새롭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물론,적정한 인력확보와 조직 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니까.

오늘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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