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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22. 2020

글이 열리는 장소 (봉준호 감독과 나의 공통점)

감각을 깨우자!




저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고,
고립된 곳에서 쓰지 못하고
항상 카페에서 써요. 커피숍 같은 데서..
습관이 그렇게 들어가지고..
사람들의 소음을 들으면서 쓰게 되는데,
사람들을 등지고..
그게 저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영국, 런던 BFI_ 봉준호 감독 인터뷰 중 - 」







영화 '기생충'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봉준호' 감독.

이 영화를 세 번을 보고 나서, 한동안 그의 인터뷰만 골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찾아봤다. 면면이 살펴볼수록 매력이 넘쳐났던 ‘그’였다.



내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다(이었다). 그러다가 '드라마 PD', '예능 PD' 이런 순으로 옮겨갔던 거 같다. '박찬욱 감독'의 후배(?)로 그가 동대학에 합격했을 때, 나는 내 동생이 머지않아 ‘제2의 박찬욱'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했다.

지금 내 동생은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난 아직도 그가 그의 사상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철학'과 ‘창작’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 둘은, 대화의 핑퐁이 잘 돼 한 번 물꼬를 트면 서로의 생각을 피력하고, 나누기 위해 새까맣게 밤을 불태우기 일쑤였다.

“넌 감독하고, 난 네 작품을 그리는 작가 하자” 이런 패기 넘치는 말들도 서슴없이 내뱉던 때였다.

그 기억이 종종 내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찾아온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봉준호 감독만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창작의 고통'을 안고 사는 동지(!)로서 위에 인터뷰가 흥미롭게 다가왔기에 오늘의 글 소재로 삼으려 한다.




엄마 왈 : "세상 모든 카페는 네가 먹여 살리는 거 같다!"


부다페스트 T 씨 왈 : "오늘 어디가? 또? 카페? 징글징글하다."


친구 M 왈 :  "난 집이 더 집중이 잘 되던데.."




그때마다 난 세계적으로 유명한 'J.K. 롤랭'의 '해리포터 시리즈' 탄생 스토리(미혼모로 육아를 감당하며 집 앞 카페에서 틈틈이 썼던 글이 세상을 뒤흔드는 글로 탄생됨)를 생각하며, 기세등등 해지곤 했다.

(그녀처럼 위대한 '걸작'을 쓸 것이란 얘긴 아니니 오해 마시라 ^^;)




(다음과 같이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조금 수정하면, 100% 내 마음이 녹아난다)




"저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글을 쓰지 못하고, 고립된 곳에서 쓰지 못하고, 항상 카페에서 써요.

커피숍 같은 데서..

습관이 그렇게 들어가지고..

사람들의 소음을 들으면서 쓰게 되는데, 사람들을 등지고

(벽을 등지고, 통창이  앞에 펼쳐져 있어야 하고, 지나가는 이들의 움직임과 표정, 이야기가 들리면)..

그게 저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같아요." ("감각을 북돋아 주는  같아요. 그때부터 이완되는 감정의 흐름에 마음을 의탁하면 글의 길이 열리는 것이 느껴져요")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일 때, 그 장소는 언제나 '카페'여야 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내 눈 앞에 하나의 '광경'이 펼쳐지고, ‘프레임 속, 주인공들이 움직이면' 그때부터, 내 마음이 질서를 갖추는 식이다.



in Budapest
나의 단골 카페 in Buda
in Budapest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맞은 편 카페 -
in Budapest
in Stockholm
in Budapest




그래서 나는 소위 남들이 말하는, '집순이'와는 거리가 멀다.

늘 어딘가로 향한다.

주로 '카페 투어'가 되기도 하고, '산책 후 카페'가 되기도 하고, '카페 후 산책'이 되기도 하고,

움직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럼 나는 매우 '동적인'이 사람인가, 그건 또 아니다.

그렇게 어딘가 내가 목표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그때부터 나의 정적임이 빛을 발한다.




위 환경이 주어지면 그때부터 내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라도 끄적이게 되고, 책을 보다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코멘트를 달기도 하고, 그런 식이다.




그렇게 '생각'이 '확장'되고 '사고'가 뻗어나간다.




그런 행위가 끝나면 나의 하루 중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종결이 나고, 그 뒤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이'가 된다.



괴로우리만치 써지지 않을 땐, 다시 내 몸에 움직임을 불어넣으면 된다. 식사를 하고 온다거나 산책을 한다거나, 다음 카페로 이동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면 또 다른 ‘글의 길’이 열려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냥 '단순하게, 적고 싶은 대로'라는 모토로 시작하려 하지만, 가끔 그 '단순하게'란 것이 '세상 가장 복잡한'것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내 머리는 이렇게나 엉켜 있는데, 이걸 단순화시키라고?' 하며, 허공에 엉뚱한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헝가리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단 뉴스가 나왔다. 덕분에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나에겐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날이다)




큰 맘(?) 먹고, 난 '집에서도, 고립된 공간에서도 쓸 수 있다!' 마음먹으며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어, 온갖 할 수 있는 일종의 카페 분위기를 내는 순결한(?) 의식을 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레임 + 광경 + 움직이는 이들'

이 삼박자의 조합이 나에게 봉준호 감독이 영향받는 것만큼이나 큰 것임을 다시금 인지한다.




우리 집 루프탑 : 프레임과 그 속 주인공들의 부재



우리 집 발코니 : '움직임'의 부재




내일은 일찍부터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내 감각을 깨우는 '살아있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이제 곧 겨울이 코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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