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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식문화기록자 Aug 20. 2019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감기는 그 맛, 멸치액젓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

종부님은 멸치액젓을 직접 담가 음식에 소금 대신 사용한다. 한 50년 정도 담갔다. 멸치는 서울 살 때 노량진에서 구입하고, 부산 살 때나 지금은 기장에서 구입한다. 멸치는 4월 중순에 알이 배고 맛이 좋아, 그때 구입해서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즈음에 담그면 적당한 시기다. 멸치를 깨끗이 씻어서 소금에 버무려 담그는 게 전부다. 멸치에 소금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는 과정을 반복해서 해주는데, 멸치를 소금에 버무릴 때 손으로 잡아 미끄럽지 않으면 소금 간이 딱 맞는 것이다. 경험의 노하우다. 담근 멸치액젓에 용수를 박고 건더기와 액젓을 세월에 맡겨 분리한다. 액젓이 뻑뻑하면 못 쓰고 아주 맑아야 한다. 옛날에는 액젓을 다 뜨고 남은 멸치 건더기를 버렸는데, 지금은 물을 조금 섞어 멸치젓갈로 사용한다. 멸치젓갈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물 무칠 때나 국 끓일 때 조금씩 넣어 사용하고 있다. 맛보라고 챙겨 주신 멸치액젓에서 종가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옛날에 기장에서 "멸치 사세요. 멸치 사세요."하고 돌아다녀요. 집에 부르면 씻어가지고 싹 담아주고 가요. 뜨는 건 내가 뜨는 거예요. 용수를 박아 멸치를 싸악 위에 꺼 따글면 노란 물이 퐁~하고 나와요. 아주 맑은 노란 물이 퐁~ 나와요. 난 뻑뻑한 멸치액젓은 안 써요. 난 미역국에도 그걸 여. 그럼 맛이 훨씬 더 감칠맛이 나지



멸치액젓을 챙겨주시며, 종부님의 배웅을 받고 다음을 기약한다.

혀를 감도는 그 맛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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