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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식문화기록자 Aug 20. 2019

종가는 살아있다,  종가음식이 살고 있다

한국의 숨은 식문화 자원

오랜 세월을 덧칠한 듯 푸르른 이끼가 내려앉은 기와지붕은 종가를 아늑히 품고 있다. 그 안에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식생활은 식재료를 대하는 철학이 더해져 가문 음식문화로 나타난다. 종가음식은 지붕 아래 같은 공간에서 세대 간 다른 시간을 영속해서 이어주는 내림음식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다.


종가음식은 한국음식의 한 부분으로서 긴 세월을 묵묵히 살아왔다. 계층이 나눠진 조선시대는 저마다 생활하는 양식과 문화가 달라 음식 형태도 달랐다. 왕권이 강했던 시대에 임금에게 올렸던 궁중음식이 가장 발달하게 된다. 궁중음식을 가득 차린 연회가 끝나면 남은 음식과 식재료, 음식을 만드는 방법들은 양반 가문으로 속속들이 전해져 반가만의 음식법이 생기게 된다. 결국 반가 가운데 국가나 유림으로부터 불천위(不遷位,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은 사람에 대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를 말한다) 지위를 얻은 종가를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그 음식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문화는 높은 차원에서 아래로 내려와 발전한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종가음식은 궁중음식과 사회 계층만 다를 뿐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그 역사를 함께했다. 그 끝에 종가음식은 사라져 가는 한국 고유 음식을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이어나가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종가의 큰살림을 맡아 지켜온 종부들은 말했다.


우리는 음식에 대해 조리학교 등 특별한 교육도 받지 않았고,
그저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정성과 경험으로 음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종가와 종가음식은 우리에게 특별한 전통 문화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수백 년 세월 동안 종가 안에 살아있던 종가음식 문화와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전승, 종가음식 잇다> 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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