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문화는 마을 단위에서 돌아가며 서로의 김치를 함께 만들고 정을 나누며 긴 겨울 식량을 준비하던 한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이러한 전통이 김장철에만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김장축제에 모여 김치를 함께 만드는 모습으로의 변화를 한 차례 경험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조사 결과, 전체 김치 소비량에서 상품김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상품화율이 2010년 27%에서 2018년 38%로 해마다 증가했다. 또한 가정에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 ‘김포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김장문화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구성 변화와 가정간편식이 늘어나는 식생활 변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시대의 전환 등으로 전승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김치에 대한 중국의 문화 공정 사태를 통해 김치 종주국으로서 우리 국민이 겪는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한 나라의 문화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국가의 경제력·국방력보다 강조한 것이 바로 문화이며,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과 모범이 되길 바랐다.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문화유산에도 김치가 아닌 ‘김장문화’가 등재된 것도 우리가 지켜온 문화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며, 김장문화를 수호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김장문화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예로 장류산업을 들 수 있다. 현재 장류산업의 상품화율은 고추장 80%, 된장 50% 등 김치보다 높다. 한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시판 된장을 사 먹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더는 된장을 얻어먹을 곳이 없어서, 사 먹는 게 편하고 맛도 괜찮아서, 된장을 만들 줄 몰라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를 김치에 적용하면 머지않은 김장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세계김치연구소는 자녀의 김치 체험을 확대하기 위해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김치 체험키트를 개발·보급했다. 평소에 김치를 먹지 않던 아이들도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먹고 만족해하며 즐거워했다. 이같이 미래 세대가 김치와 김장문화를 제대로 알고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김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자녀에게 김치에 대한 추억과 경험,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가정 내 전승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김치는 우리가 발명하고 더 맛있게 발전시킨 것으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세대를 거듭해서 우리 스스로 이어온 고유의 김장문화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주변의 빼앗고 싶은 부러움과 시샘, 질투를 한 몸에 받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김치 종주국 논쟁으로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게 사실에 근거한 김장문화의 역사가 전달되는 계기가 됐다. 나아가 그들 스스로 김치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찾고, SNS를 통해 밖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부터 식탁 위에 김치를 단순한 반찬이 아닌 근사한 요리로 즐겨보자. 이처럼 아주 사소한 노력들도 분명 김장문화를 수호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 헤럴드경제 기고(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