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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택배

이제는 자식보다 엄마 자신을 먼저 챙기길 바라며

by 도담도담 J

좋은 전복을 구매하여 먹으니 딸이 생각난다며

먹이고 싶다고 엄마가 택배를 보내왔다.

항상 받기만 하여 괜찮다고 했지만 그 좋은 걸

도저히 혼자 먹을 수 없었단다.



요리 솜씨가 탁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꽝도 아닌 나는 적당히 알아서 해 먹는다.

그래도 엄마는 멀리 있어서 챙겨주지 못해 늘

마음이 짠하고, 걱정스러운가 보다.


택배를 받아보기 전까지 나는 "전복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며 집 앞 마트에서 사 먹으면 된다고

굳이 돈 쓰지 말라고 하였으나 정말 좋은

전복이라며 기어이 보내주신다.


택배가 도착하여 하나씩 뜯자 전복 손질을 위한 전용 솔과 정말이지 나의 손바닥만큼이나 큼직한 전복이 더위에 상하지 않도록 아주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나는 택배를 다 분리하고 꿈틀거리는 전복을 한참 바라보다 친정엄마께 연락을 해서 잘 먹겠다는 인사를 전한다. 조금은 오버스럽게 전복의 싱싱함과 큼직함에 감탄하자 엄마는 안심한 듯한 목소리로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며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그 말이 가슴 찡해 수도꼭지인 나의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고 아직도 챙김을 받는

내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나의 오랜 응어리 하나가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린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전복을 열심히 손질하는 영상과 사진 한 장을 찍어 엄마께 보내드렸더니 웃으시며 말한다. 손도 아픈 애가 무슨 전복을 그렇게 박박 닦았냐며 약간의 타박을 하신다.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확실히 사이즈와 통통함이

다른 전복을 보며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나 역시 엄마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얼마 전 전복죽과 전복구이를 먹으며 엄지척하며

맛있게 먹었던 딸아이라 또 해줘야지 했는데

친정엄마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테다.


전복을 사면 정작 신랑과 내가 먹는 양은 언제나

적었다.

하지만 이날은 전복죽에 전복을 잔뜩 넣어

아주 비싼 전복죽을 만든 후 신랑과 함께

푸짐하게 먹었다.


친정 엄마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택배였다.


엄마 덕분에 너무 잘 먹었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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