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함께 비우는 마음
며칠 묵은 붓기를 덜어내려 땀을 흘리며 걷고, 또 달리기를 잠시 번갈아 했다.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오직 그만큼만.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욕조 가득 물을 받고 넘실거리는 물에 몸을 맡겨본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분위기 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거품목욕에 와인 한잔...'이라고 쓰고 싶지만 아쉽게도 . 내 목적은 시원하게 때를 미는 일이다.
피부의 각질을 밀어내며 기분 나쁜 감정도 함께 밀어낸다. 서걱서걱 지우개 가루처럼 밀리는 때를 보며 피부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희열을 느낀다. 떨어져나가는 피부의 각질처럼 삶의 부정적인 것들도 때와 함께 씻겨 내려갔으면 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때를 밀고 있었으나 그 순간의 마음은 진지했다.
욕조 속에 앉아 있자니 복잡한 생각들이 몰려왔지만, 어느새 입꼬리가 실룩이며 웃음이 터졌다. 다시 힘껏 때를 밀며 머릿속 불필요한 생각들을 하나씩 접어두었다. 집 안의 작은 욕조 덕분에 굳이 목욕탕에 가지 않아도 오래 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고마워 “그래, 감사한 일이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불쑥 흘러나왔다. 좋은 말을 내뱉는 순간, 기분도 한결 상쾌해졌다.
기분이나 감정을 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소한 생활 속에서 삶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내 의지대로 여행이 가능 한 곳이 있다면 바로 나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내 마음의 방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낡고 바래진 곳까지도 사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