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들보드를 탔습니다.

#1 2018년 7월 22일 토요일

by 버들


지난 주말에는 바다 위에 누워봤습니다.

플라스틱 판 위에 가만히 누워

울렁거리는 물결이 등에 닿는 것을 느꼈어요.

광안리의 바다는 맑지 않으면서도 한없이 깊고 까맸습니다.

광안대교 너머로 끝없이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봤어요.

그렇게 한동안 누워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물과 가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나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물임에도, 어쩜 그렇게도 물이 무서웠을까요.

수영을 배워보려 몇 번이고 마음먹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는 나의 작은 게으름과

발이 닿지 않는 순간부터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인 같은 두려움이

물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나와 멀어지게 했습니다.


이번 패들보드 여행은 정말 순간적인 선택이었어요.

처음 친구가 제안했을 때,

나는 회사에서 많이 지쳐있었고 창 밖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습니다.

당연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순간의 선택이 기억에서 잊힐 즈음 여행 일정이 다가왔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새로 산 래시가드를 입고 구명조끼를 꼭 붙들고 사박 거리는 모래를 밟으며

광안리의 해변에 늘어서있는 패들보드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내 몸의 두배는 됨직한 패들보드를 끌어서 물 위에 얹어 놓았을 때부터는

두려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어요.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포기하고 당장 뛰쳐나오고 싶었어요.

애써 우는 소리를 삼키며 배운 대로 하려고 노를 허우적 거렸습니다.


더 멀리 조금 더 멀리

나아가려는 친구를 붙잡아 세우기도 했습니다.

거긴 너무 멀어, 가다가 빠지면 죽을지도 몰라.

내가 빠졌는데 아무도 날 못 보면 어떡해.

이 구명조끼가 정말 날 살릴 수 있을까.

혹시, 정말 만약, 광안리 바다에 악어가 살고 있으면 어떡하나.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디즈니랜드에 나타난 악어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민은 플라스틱 보드 위에 두 다리로 일어서 보겠다는 나의 객기와 함께

싱겁게 끝났습니다.

풍덩풍덩 두어 번 시원하게 까만 바다에 몸을 던진 이후로

신기하게도 물이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더라고요.

처음 빠졌을 때는 눈 앞이 까맸지만 (실제로 눈을 감고 있었거든요)

발이 닿는 얕은 곳이었어요.

두 번째 빠졌을 때는 발이 닿지 않았어요.

다만, 어떻게든 보드 위로 다시 올라가야겠다는 생존 본능이 나를 살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세 시간을 바짝 바다 위에서 보냈습니다.

누워도 보고, 일어서기도 하고, 가만히 다리를 첨벙거리며 먼 산을 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무서웠던 바다였건만

패들보드를 반납할 때는 아쉬워서 내일 또 타자!라는 호들갑을 부릴 정도였습니다.

물론, 다음 날 온몸에 근육이 비명을 지를 걸 몰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무섭다 하면서도 또 막상 마주하면 잘 노는 걸 보니

나는 생각보다 물과 멀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꼭 수영을 배워보리라 잠깐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