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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송이 Mar 10. 2018

월요일, Better Monday

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1

※ 커버 사진은 베러먼데이 홈페이지(http://bettermonday.company)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니던 대학교 정문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웃어요, 월요일 그머시라꼬!'

같은 과 선배가 졸업도 전에 시작한 스타트업 회사의 슬로건이다. 나와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 학생회장도 지내고 주변에 사람들이 절로 모여드는 태양 같은 선배였다. 슬로건을 보자마자, 역시 선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을 때 드러나는 고르지 못한 치열마저도 매력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 슬로건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월요일, 사람을 끝없이 우울하게 만드는 단어가 아닌가.     

 대학교를 다닐 때도 월요일은 일주일 중에 가장 싫은 요일이었다. 그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도 변함없다. 이유를 꼽자면, 월요일의 ‘할 일 목록’은 아무리 줄여도 다이어리에 자리가 모자랄 만큼 가득이며, 그중 대부분은 지난 금요일에 퇴근을 위해 외면했던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그럼 금요일에 모두 마무리하면 되잖아?”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 선물 같은 주말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누가 금요일 저녁에 남아 잔업을 처리하고 싶겠는가.           


 그 힘든 월요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부터, 사실은 어젯밤 눈을 감기도 전에 월요일이 시작된다는 게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씻고, 화장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출근길에는 마이너스의 의욕을 조금이라도 북돋기 위한 출근송을 듣는다. 가수 김연자가 부릅니다, ‘아모르 파티’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가사를 마음 속으로 흥얼거리며 출근시간에 딱 맞춰 자리에 앉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 메신저가 주황색으로 깜빡인다. '송이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입 모양은 일자, 미간에는 주름 두 개, 기계적으로 타자를 치지만 전화 받는 목소리는 누구보다 상냥하게. 무거운 마음으로 온 것과는 달리 월요일의 업무는 생각보다 착착 진행된다. 마음의 부담을 덜려는 듯이 열심히 일에 몰입하면 금세 점심시간이고, 또 퇴근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약간의 야근을 하긴 했지만, 월요일의 퇴근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가끔은, 금요일 퇴근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 클래스의 과제를 위해 퇴근길 지하철에서 오늘의 글쓰기 주제인 ‘월요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월요병, 지치고, 힘들고, 압박감, 왜 존재 하는 거야, 나는 쉬고 싶다, 아직 월요일이야? 말도 안 돼 등등.     


 그런 생각을 하며 습관처럼 확인하던 인스타그램에 선배의 게시물이 보인다. AM 03:20을 나타내는 시계의 사진과 함께 남겨진 글귀. 


 '낮 3시 아니고, 새벽 3시..ㅎㅎ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금의 노력은 작아 보이지만 마침내 모여 큰 결과를 낳을 것이라 확신하며. 이번 한 주도 파이팅! 얼른 끝내놓고 집에 가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정말 변함없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네.     


 그래, 웃자. 월요일 그 머시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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