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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송이 Mar 10. 2018

내가 사랑을 느낄 때

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3

※ 커버 사진은 영화 '아멜리에'의 한 장면입니다.



"그(라비)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中 


 나는 무척 감정적인 사람이다. *MBTI(심리학자 융의 심리학적 유형 이론에 근거한 성격유형 검사의 하나)와 같은 적성검사 결과에는 '감정적인, 공감 능력이 높은, 내성적인'과 같은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사랑을 느끼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번 마음이 가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한눈에 반하다'는 말을 나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중학교 때의 풋풋했던 첫사랑부터 지금까지, '활짝 웃는 모습'에 한눈에 홀딱 넘어가 버렸다. 


“대체 그 사람이 왜 좋아?” 

“웃는 게 이쁘잖아.” 


 짓궂은 친구의 물음에 항상 이렇게 답하고는 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상대가 활짝 웃는 모습을 우연히 봤을 때, 그 밝은 웃음에 나까지 덩달아 기뻐지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 나는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을 느꼈으니 그다음이 문제다. 어떻게 그가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 것인가? 그때의 나이나 우리의 관계에 따라 전략은 약간씩 바뀌었지만 대체로 나는 직구를 날렸다. 


영화 '아멜리에'. 남자주인공이 본인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남기는 아멜리에.


"나랑 영화 보러(맥주 마시러) 가요!" 


 이런 식의 접근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아니었다. 앞뒤 안 가리고 좋은 마음만 앞세우다가 상대와 나의 친구가 묘한 관계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세 사람이 한동안 서먹했던 기억도 있다. 성공했을 때는, 한동안 아주 행복하게 지냈다. 보통의 연애가 그렇듯이 둘만의 은어를 만들기도 하고, 여행을 가고, 가끔 다투고.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지내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다 보면 권태기가 찾아왔다. 나는 한 번도 그 시기를 무사히 치러낸 적이 없었다. 연인 사이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중에는 달콤한 애정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그럴 때 나는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많이 어렸었고 자존심도 무척 강했다. 다른 만남의 기회도 아주 많았다. 굳이 상대를 붙잡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한 게 정말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단 한 차례의 고비도 넘기지 못한 사랑을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그때 내가 사랑이라고 부른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일 뿐이었던 게 아닐까? 


 권태기는 처음 상대에게 빠져들게 한 감정이 사그라들 때 시작된다. 연애와 상대에게 가진 나의 환상이 점차 무너질수록 관계는 언제든 끝을 맺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 낭만의 한계를 넘어 성숙한 사랑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완전히 이해받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딘가 약간은 잘못된 사람들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만, 상대는 나를 그렇다고 한다. 나는 빈틈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는 그것조차 사랑스럽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가 그렇다. 첫 감정의 낭만을 넘어 상대의 약간은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때,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 '아멜리에'. 비로소 만나, 행복한 연인.


 나는 처음으로 권태기를 넘겼고 이후에 점점 더 행복해지는 연애를 하고 있다. 물론 나와 맞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만, 나의 태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더는 첫 감정의 달콤함만을 좇지 않는다. 당장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서로의 감정을 조율하며 기술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조금씩 부족한 나와 그가 만나 사랑의 완성해가는 지금, 나는 매일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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