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020년 8월 27일
# 특별한 사람
엉엉 울었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무래도 지금의 나는 평범 이하인 것 같아서.
J가 물었다. 어떤 게 특별한 사람이야?
'글쎄... 적어도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니야. 뭐 하나 이룬 게 없잖아.'
'네가 왜 이룬 게 없을까. 난 어디 가서 네 자랑만 하는데.'
'내 자랑? 어떤?' (이때는 칭찬을 기대하고 물어봤다)
'뭐, 최근에 이직을 한 것도 그렇고. 쉬운 길이 아니었잖아.'
'아니야... 그건 누구나 하는 일이잖아. 나는, 좀 더, 남들은 못하는 걸로 특별하고 싶어.'
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J는 끝없이 내가 어떤 점이 특별하고
내 글에서 구체적으로 이런 부분이 좋다고 표현하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했고
나는 J의 말을 타인의 입에서 듣는 것 마냥 상상하며 바닥을 친 마음을 위로했다.
J는 섭섭해했었지. 왜 자기의 말이 너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냐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마음속에 J는 항상 나의 편이기 때문이다.
J는 세상이 무너져도 내 곁에 있을 사람, 언제든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줄 사람.
그래서 J가 내게 안 좋은 말을 하는 게 상상이 안되며 J가 나를 칭찬하는 것은 달콤하면서 당연하다.
'미안해...'
상처 줘서 미안하고, 못난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그렇게 통화를 끊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부은 눈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재택근무의 하루를 시작하며, J의 출근길에 영상 통화를 했다.
'생각보다 얼굴 많이 안 부었네.'
'응.'
'아직 기분이 안 좋아?'
'아니, 아무렇지도 않아.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J는 속이 여전히 상해 있으면서 아닌 척하는 나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평일 이른 오후에 대체 누가 집까지 와서 나를 찾을까.
당연히 잘못 누른 건 줄 알고 여느 때처럼 없는 척 가만히 앉았는데, 종이 또 울렸다.
쉽게 갈 것 같지 않아 일단 문을 열었다.
'J 씨가 보내신 물건이 있어서 왔어요.'
J는 꽃을 보냈다. 하얗고, 아직 덜 물든 분홍의 리시안서스.
어젯밤 내가 운다고 눈도 붓고 코도 막힌 채로 안 자냐고 물었을 때
본인은 자고 일어나면 출근을 해야 하니 더 즐기다 자겠다고 했던 J는 내가 잠들고 난 뒤 꽃을 주문했다.
동봉된 카드에는 짧게 한 줄만 남겼다.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너에게'
정말, 이 사람은 어쩜 이럴까.
너처럼 특별한 사람이 나를 이만큼 귀하게 여기는데 내가 뭐라고 나를 소홀히 여길 수 있을까.
못나게 굴어서 미안해. 너를 위해 나를 더 아낄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