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해요.

아 다이어트요?

by 부뚜막위고양이

이 글을 쓰는 날씨는 어느덧 봄 날씨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한 한기가 돌지만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낮엔 겉 옷을 입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운 날씨다. 딱 상의 하나 입기 좋은 날씨. 가벼운 옷을 여러 겹으로 입어도 좋다. 하지만 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날씨는 주가 폭등하듯이 예고 없이 떨어질 때도 있으며 오를 때도 있다. 그렇듯이 곧 있음 여름이 찾아온다. 여름 하면 아무래도 노출의 계절이다. 새해 목표인 다이어트가 절실하게 다가올 계절이 머지않았다. 오늘은 다어이트에 대해 말해 볼려한다.

난 유치원을 제외하곤 죄다 비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과체중이다. 하지만 내가 식사량이 과하게 많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단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뿐. 아무래도 살이 잘 찌고 잘 빠지는 타입의 인간이다. 둔한 몸치곤 의외로 운동을 꽤 했다.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초2부터 고2까지 해동검도를 해왔다. 검도를 했으니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한 것처럼 상상한다면 당장 alt f4를 눌러 종료하길 바란다. 전혀 그런 몸이 아니다. 학창 시절엔 당연히 돼지, 문도(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등 덩치가 좋은 캐릭터의 별명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남자 애들의 정복 대상이기도 했다. 그냥 몸이 크다는 이유로 힘이 세다는 인식이 있는지 남자애들이 흔히 하는 팔씨름, 허벅지 씨름 등을 하면 꼭 나는 정복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게 항상 귀찮고 불만이 많았다. 이기고 싶은 생각도 없거니와 내가 굳이 누굴 힘으로 이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힘주고 버티다 져주면 상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냥 행복해한다. (그게 그렇게 좋을 일이야?) 하지만 여기서 방심하면 안 된다.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봐준 티를 내면 안 된다. 만약 봐준 티가 난다면 또 귀찮은 힘 씨름에 참여해야 되니 말이다. 이토록 나는 몸으로 내 힘과 성향에 대한 편견이 박힌 채로 살아왔다. 당연히 어느 정도 힘을 쓴다거나 둔하고 일을 금방 처리하지 못할 이미지가 있었다. 한 번은 학원이 끝나고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당시 나이는 18살이다.) 그때도 하체도 굵고 덩치가 있다 보니 밥을 추가로 시키면 당연히 내 앞으로 가져다주셨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딱 내 앞. 하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단지 이해할 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슬슬 일어날려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시는 한 아저씨께서 비릿한 눈짓과 야릇한 입꼬리로 내 하체를 보며 “이야.. 너 이 씨.. 와”라는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마치 관광명소에서 엄청난 크기에 폭포를 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그 당시엔 뭔지 몰랐다. 왜 감탄하는지. (그럼 지금은?)

성인이 되고 난 뒤엔 입으로만 하던 다이어트를 조금씩 했다. 학창 시절엔 단순히 굶어서 살을 빼고 다시 찌는 굴레에서 벗어나 운동이라는 걸 해보자 결심했다. 헬스장은 뭔가 무서웠다.(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다. 산책 길은 신논현역 - 언주역 - 학동역- 논현역 - 신논현역으로 대략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한 2,3바퀴를 돌고 집에 들어오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나름 기분도 상쾌하고 뭔가 하루를 밀도 있게 살았구나 하고 안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산책 코스가 익숙해질 무렵 스쿼드를 곁들였다. 그래도 검도를 한 짬밥은 있는지 하체는 그래도 나름 근육이 있었다. 그러니 스쿼드를 시작하기 좋았다. 웬걸 40회씩 3세트는 커녕 40회씩 2세트 만에 그만뒀다. 그다음 날 앉을 때마다 근육통 때문에 신음을 내며 앉았다. 그래도 근육통이 생긴다는건 그만큼 운동이 됐다는 얘기다. 다시 스쿼트를 해야 근육통이 사라지고 근육이 붙는다는 걸 안 뒤로는 재미를 붙였다. (지금은 한 번에 250개를 하고 끝낸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면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물이라는 걸 꾸준히 마셔야 되는 존재인지 몰랐다. 밥 먹을 때 물을 마시는 것 외엔 전혀 마시지 않았다. 당연히 다리는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당시엔 살쪄서 그런 줄 알았다.) 성인이 된 이후로 2리터짜리 생수통을 하루에 하나씩 마셨다. 신기하게도 몸이 좀 가벼워지고 특히 다리가 가벼워졌다. ‘아 사람은 물을 마시면서 살아야 되는구나’를 그제야 실감했다. 맹물을 2리터씩 마셔야 하는 게 누군가는 고통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무 맛은 없지만 목 넘김과 청량함이 상쾌해 좋았다. 굳이 레몬이나 다른 차를 섞어서 마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소변을 보기 위해 내 몸에선 50칼로리가 소비된다는 게 더 혁명적으로 다가왔다. 몸에 수분이 차니 대변보기도 수월 해지고 몸이 제 역할을 드디어 하는 기분이었다. 기계에 기름칠하듯 나는 몸에 기름 칠 대신 물을 마셨다. 놀랍게도 다리 굵기가 줄어들었다. 물을 마시니 그만큼 노폐물과 혈액순환이 잘 되 부기가 빠진 것이다. 여태 내 몸한테 너무 무관심한 내가 미안했다. 앞으론 그 전보다 열심히 챙겨줄게!
(아마 금방 또 까먹겠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헬스장 홍보판이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 회원의 before - after 사진으로 살 감량 전 사진과 감량 후 사진을 걸어놓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로 사진을 찍는다. 그렇다 보니 감량 전 얼굴은 과자 사달라는 떼쓰는 아이 표정으로 우릴 노려 보고 있다. 반면 감량 후 사진은 넓은 들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듯 상쾌한 표정으로 우릴 보고 웃는다. 그 홍보판을 보고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만인 채로 살아가는 게 어떻게 보면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가 뭐 찌고 싶어 찌나. 살다 보니 찐걸. 그 홍보판을 보면 그냥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어느덧 삶의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 아무 짓도 안 한 내가 오히려 죄인이 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헬스장 가격은 의외로 사악하다. 기구들은 많은데 내가 쓸 기구는 러닝머신과 헬스사이클 뿐 나머지는 어떻게 쓰는지 어디에 힘을 주고 무슨 운동을 하는 건지 모른다. 이걸 배우려면 또 PT(Personal Training)을 끊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된다. 그럼 이 전문가는 식단을 조절하는 방법과 오늘 뭐 먹을지도 알려준다. 하지만 가격은 회당 3~6만 원 정도 한다.(헬스장마다 다른 걸로 안다.) 몸을 만드는 것도 돈이 있어야 만드는 이 자본주의 길거리에서 그 홍보판을 보고 잠시 무력감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선 몸매는 너무나 박하다. 특히 여성들에겐 엄청나게 박하다. 다이어트는 여성에겐 사명과 같은 존재일 정도이니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몸에 민감하다. 물론 못난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의 몸매를 품평하는 일이, 반대로 잘 관리한 사람에게 몸매 좋다는 칭찬도 참 별로다. 전자는 왜 별로인지 설명을 안 해도 알지만 후자는 칭찬 뒤에 숨어있는 평가다. 이게 왜 문제냐 단지 몸매 관리를 잘해서 잘한다고, 혹은 좋은 좋으니까 좋다고 한 게 솔직한 거지 왜 문제가 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받는 쪽은 아무래도 겉모습은 칭찬이니 처음엔 좋게 넘어갈 수 있지만 사람이 어떻게 항상 완벽할 수 있을까. 어느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살이 좀 찌거나 부을 수도 있는 건데, 얄미운 사람들은 그걸 집어낸다. 평소엔 관리 잘한다고 칭찬하던 사람들이 살짝만 찌거나 너무 초췌해 보이면 그걸 알아채고 너한테 득이 되는 소리라며 남의 몸에 훈수를 둔다. 참 별로이지 않나. 내 몸인데 왜 나랑 1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내 몸의 안위까지 걱정해줘야 하는가. (나도 걱정 안 하는 걸.)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시는 관리를 하던 안 하던 지 몸은 괜찮은 줄 안다. (절대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여성은 왜 건장한 체격을 가지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여성의 탄탄한 몸매는 팔과 다리엔 근육이 없고 11자 복근 있어야 하고 여리여리한 체격을 상상이 된다. 반대로 남자는 탄탄한 몸매라고 하면 박재범의 몸매 직캠 영상 정도의 몸매를 상상할 것이다. 팔 근육은 요리조리 각이 잡혀 있고 가슴 근육과 복근이 선명한 몸통. 딱 이 정도의 몸이다. 여성은 왜 건강할 권리를 박탈당하는지 모르겠다. 충분히 건강해도 되는데 말이다. 몸매의 선 때문에 식사를 제한하고 근육 붙을까 봐 너무 과격한 운동은 못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자기 몸은 자기가 간수합시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