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버텨보겠습니다.
이 제목만 보고 들어오신 분들은 대부분 삶에 지친 분들이 들어오시겠죠? 평소 잘 버텨내다가 뜬금없는 공백에, 혹은 우울감, 외로움에 급 내가 뭘 위해 사나 싶으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아니면 내가 뭐라도 해야 되는데 지금 당장 뭘 해야 되는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남들은 저만큼 성장하고 버텨내는데 나는 주저앉아 먼 산만 올려다보는 심정에 답답해서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막막합니다. 글이라는 게 쉽게 써지지도 않고 떠오르는 게 없으면 마냥 의자에 앉아 망상만 할 뿐이죠. 그러다 이런 나에게 위로한답시고 좀 쉬세요. 너무 열심히 달려왔잖아요. 쉬운 말만 하는 내가 이렇게 별로인 적이 많아 글을 씁니다.
주변과 나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압박만 받는 상황이, 그런 감정이 들어 힘들 텐데요. 차라리 힘든 만큼 돈이라도 벌면 그나마 위로가 될 텐데 내가 받는 월급은 오를 생각은 안 하고 서울 혹은 경기권 인천권에 내 집은 커녕 전세로 살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야근으로 삶의 질은 엉망인데 야근 수당을 제대로 챙겨주는 회사는 드물고 내가 열심히 일 해서 얻는 건 만성피로와 보증금 1000에 월세 60인 5,6평짜리 집. 당장이라도 월세집 팽개치고 부모님이 사는 곳으로 달려가 보고 싶지만 또 그게 쉽지 않아요. 다른 친구들은 애인과 하하호호 잘 먹고 잘 사는 양지바른 곳에 있지만 나는 우울하고 음침한, 적적한 음지에 살면서 그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 한번 사는 거 원하는 걸 먹고 원하는 걸 사는 욜로 생활도 꽤 유행을 했었죠. 근데 저도 해봤거든요. 꽤 비싼 신발, 옷, 음식을 먹어봤는데 더 공허해집니다. 당장 내 수준에 맞지 않은 것들을 두르고 다닌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고 그리고 내가 그걸 감당할만한 그릇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계속 더 비싸고 비싼 것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허하죠? 이런 방식은 풍선 부는 것과 같아요. 풍선을 입에 물고 쉬익 쉬익 불면 점점 불어납니다. 하지만 풍선에도 한계가 존재하죠. 그걸 내 욕심이 망가트립니다. 한계를 넘어 불어나면 결국은 터져 팡! 소리와 함께 갈기갈기 찢어지죠. 처음엔 놀라 찢어진 풍선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걸 치워야 하는 건 풍선을 터트린 나입니다. 적당히 부푼 풍선만이 쓸 수 있죠. 근데 저도 25년 차 인생인데 적당히라는 말은 누가 지어내었는지 몰라도 참 모호합니다. 각자마다 기준이 다를 텐데 비슷해도 약간 미묘한 차이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도 하고 분명 오늘 아침엔 적당하다 느꼈는데 저녁엔 갑자기 너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다음날엔 또 괜찮아 보여요. 참 알 수 없는 기준에 나를 어디에 맞추며 살아야 조금이라도 덜 퍽퍽하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날 위해 어디까지가 적정한 선인지 이걸 넘어가면 과소비, 넘지 못하면 저소비인지 누가 판가름해주죠?
결국은 인생에 있어 자신만의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기준이 필요하죠. 자신의 기준이 올곧은 사람은 누군가 나에게 어떤 평가를 내려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적어도 흔들리지 않으려 하죠. 내가 원해서 산 물건이 누군가에겐 과분하다거나 소소한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물건이 내게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활용을 하는가 그게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 자신에게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물건이 뭔지 정말로 활용을 할 수 있는 물건인지 그걸 아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만인데요.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죠. 하지만 현실은 직업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죠. 귀하고 천한 건 없다는데 왜 차별이 생기고 편견이 박혀 누군가에겐 그 이상의 대접을 하면서 또 다른 이에겐 푸대접을 하냔 말이죠. 하지만 저 역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철없는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가 대신해도 될 일을 보며 그렇게 귀하다고 생각을 못했죠. 그렇게 20살이 되고 알바라는 자리에 서서 일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어떤 일을 하든 그 사람을 무시하지 말자고, 설령 그 사람이 무례한 사람이어도 그 사람의 직업만큼은 깎아내리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래야 내가 하는 일도 부질없는 행동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당장 기준을 잡아 행복한 삶을 살라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30대에 기준이 잡힐 수도 있고, 누군가는 50대에 잡히고, 또 다른 사람은 사는 내내 기준 없이 살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조급하지 않았으면 해요. 알죠. 급한 거 지금 당장 휘둘리고 싶지 않고 내 길은 내가 산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거 하지만 모든 이론이든 사상이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기초가 우선이에요.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공들여 쌓아도 금방 와해되죠. 그러니 천천히 내가 뭘 원하는지 진득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해보는 것과 해보지 못한 것의 차이는 꽤 차이가 심합니다.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아도 천천히 달라지는 본인의 가치관이 언젠간 본인이 선택하는 기로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거라 믿어요.
오늘도 퍽퍽하게 사느라 힘듭니다. 또 지나가겠죠.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버텨보겠습니다. 또 금방 괜찮아질지 모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