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는 것, 어른이라는 것
오전엔 어두침침한 하늘이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듯한 어린아이처럼 금방 소나기가 내릴 기세다. 아니나 다를까 툭툭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초저녁처럼 어두워졌다. 길에선 다행히 우산을 갖고 있는 행인은 여유로이 길을 걷지만 우산 챙기는 걸 깜빡한 사람은 허둥지둥 뛰거나 급하게 편의점을 찾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비가 그쳤다. 다시 하늘은 맑아지고 웃음꽃이 활짝 핀 어린아이의 표정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날씨가 좋아져 산책을 잠깐 다녀왔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그릇엔 물이 한가득 차 있었고 남은 사료도 둥둥 떠다녔다. 근처에 고양이가 숨어있나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몸을 숨기고 있나 보다. 아니면 내 바로 뒤. 인간이라는 동물에 보이지 않게 은신한 것이리라.
동네는 어수선했다. 시장 골목을 지나가도 요새 전염병 탓인지 사람이 북적북적하는 맛은 없다. 소소한 사람들이 소소하게 모여 다녔다. 그 장면도 나름 담백했다.
산책의 끝에 쯤, 태권도 도복을 입고 노란띠를 맨 어린아이가 내 앞을 지나갔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화창한 날씨에 걸맞게 얼굴도 활짝 피어있었다. 손엔 머리핀인지 장난감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을 들고 어찌나 좋아하면 둥둥 뛰며 걸어 다녔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적 있다. 어린 시절에 그냥 기분이 좋아서 실내화 가방을 돌리거나 경쾌한 리듬으로 둥둥 뛰어다니는 날.
근데 어느새 25살이다. 점잖게 걸어 다녀야 하고 혹시나 차에 치일세라 인도인지 꼬박꼬박 확인하며 걷는다. 성인이 된 이후로 저렇게 해맑게 걸어본 적이 없다. 내 안 어린 나는 분명 존재하고 어제도 만났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아쉽다. 어른이라는 게 이토록 묵묵하다니. 다양하게 표출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던 내가 어느새 남들의 말에 휘둘리고 남의눈에 거슬리지 않게 살다니.
오늘만큼은 퇴근길에 소심하게라도 동동 뛰며 걸어볼까 생각한다. 당연히 남들이 없는 곳에서 진짜 나를 표현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