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많은 관계를 형성합니다. 제 경험에서는 원하는 관계보다 원치 않는 관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8년이란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원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원치 않는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껴온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관계로 일을 할 경우 어떻게 하면 원치 않는 관계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지도 늘 숙제처럼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원치 않는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관계로 일을 오래 해야 할 경우 도망치기보단 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사회생활을 오래 하고 싶은 디자이너라면. (귀찮고 힘들지만...)
제 경험으로 예를 들면, 저에게 원치 않았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싫은 말을 못 하고 이야기를 잘 받아준다는 이유로 저를 어리숙하고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동료
비전공자 디자이너란 이유로 저를 무시하는 동료 혹은 집단
자신보다 어리고 후배라는 이유로 귀찮고 힘든 일을 암묵적으로 시키는 동료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료
부정적인 주제로 대화를 자주 하는 동료
디자인이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에게 예민하게 행동하는 동료
자신의 말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을 강요하는 동료
위와 같은 동료들을 보고 공감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궁금) 이 외에도 다양한 동료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를 힘들게 한 관계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생각보다 우리를 둘러싼 관계는 건강한 관계보다 원치 않는 관계가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저는 모든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진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도 제 주위를 둘러싼 관계들을 조금씩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던 저만의 경험을 여러분께 공유하려 해요.
이 글을 통해 원치 않는 관계를 어떻게 하면 건강한 관계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관계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순 있지만, 분명 작은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웃음)
한 번 싫다고 판단한 동료가 생길 경우, 협업부터 시작해 점심 식사까지 무언갈 함께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 동료의 어떤 행동이 분명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했거나 그 동료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기 어렵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알더라도 개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렇기에 함께 협업을 오래 해야 하는 동료일 경우라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보다, 그 동료를 피하는 것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그 점이 그 동료의 장점일 수 있다는 마음. 그리고 내가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을 그 동료를 통해 배웠다는 마음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죠. 그러나 나에게 없는 그 동료의 성격을 통해 분명 우리는 사람을 배우고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는 그 동료의 모든 걸 보지 못하고 겉에서만 보이는 것들로 그 사람을 단정 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분위기는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에 첫인상으로 관계를 결정짓는 게 어쩌면 지금 사회에서 당연한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첫인상에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그 동료의 장점이 분명 있을 거란 마음으로 관계를 이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관계만을 만들어 고민 없이 편하게 지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 말이 공감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괜찮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거든요. 그러나 자신의 성공과 목표를 위해 원치 않는 관계와 일을 하고 싶으신 디자이너라면 다름을 인정하고 오히려 나에게 없는걸 지녔다는 관점에서 장점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건강한 마음으로 동료를 바라보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싫었던 동료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입에서 조금은 건강한 대화가 오갈 수 있어요.
세상의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려는 집단에서 만큼은요. 다만 나쁜 환경이 있을 뿐이죠.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기에 많은 것들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이해하고 동료를 바라보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동료를 바라보려는 덕목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보이는 새로운 시선이 분명 본인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 확신해요. (웃음)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방법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왜냐면 내가 싫은 동료의 입장을 생각해 먼저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죠. 자존심도 상할 수 있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자신의 성공과 목표를 위해 노력하길 원하시는 디자이너라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와 원치 않는 관계를 가진 이유를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를 알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거든요. 공감하시죠?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이너니깐요. (웃음)
다만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 동료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라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가 원치 않는 관계가 된 문제점을 찾고 거기서 나와 동료의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점으로 생기는 충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항상 아쉬운 사람이 먼저 개선할 방법을 찾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노력합니다. 즉 우리가 아쉬울 경우 우리가 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이는 우리가 부족한 사람이어서 가 아닙니다. 현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먼저 고민한다고 생각해요.
현명한 사람은 먼저 충돌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나를 싫어하는 그 동료의 입장에서 방법을 찾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현명한 디자이너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웃음)
건강한 관계란 함부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많고 다양한 사람보다 적지만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소수의 동료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만을 주위에 두고 일하는 것도 건강한 관계일 수 있죠.
하지만 오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원치 않는 관계를 반드시 만날 것이고, 그때마다 피하거나 적을 만든 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일 것 같아요.
나에게 필요한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다운 방법이 무엇일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다운 방법을 찾는 노력이 동료의 마음을 이해하는 길을 찾아줄 것이라 믿거든요. 그렇기에 본인에게 필요한 건강한 관계란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와 즐겁게 지낼 순 없지만, 누구하고도 일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누구하고도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사람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오래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길 응원합니다. (웃음)
자신의 틀이 정립된 사람만이, 결국 틀을 깰 수 있다.
- 안성수,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