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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램프 Aug 03. 2023

요리는 잘 못하지만 집밥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나는 지금 현재 반백수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직은 학원에 소속되어 있는 강사이기는 하지만, 수업을 하기에는 학생수가 너무 적어 매달 개강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학원에서는 돈을 못 버는 강사라 하더라도 시간표에 이름을 올려놓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고 있다. 갑과 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나는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분명한 '을'인 것이다. 이런 '을'인 나는 한동안 무기력에 빠져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번아웃'이라는 멋있는 표현도 있지만 난 그냥 無의 상태였다. 그런 내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독이기 위해서 먼저 잘 먹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가 실은 만만치 않은 '실행력'을 요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나처럼 무기력에 빠져있는 사람이 밥을 지어 자신의 입에 넣기까지는 많은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혹자는 그냥 사 먹으면 되지 웬 궁상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백수이지 않은가... 수중에 돈이 별로 없으니, 그 적은 돈으로 내가 나를 먹이기 위해서는 값진 나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사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는 밖의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다기보다는 MSG의 느낌이 더 강했다. 물론 그동안 소홀하게 대접했던 '나를' 알뜰살뜰 챙겨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집밥을 해 먹고 있는 중이다. 매일 Pinterest를 보며 이쁜 상차림에 눈이 혹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쁘고 건강한 상차림보다는 좀 더 간단하고 매일 먹을 수 있는 메뉴들 위주로 밥상을 차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매일 아침 먹는 나의 식단은 딱 정해져 있다. 나의 게으름과는 달리 나의 오빠는 집에서 빵을 구울 정도로 음식에 대한 애정이 높은 사람이다. 즉 우리는 빵도 집에서 만들어 먹고 있다. 처음 오빠가 학원을 다니면서 집에 가져오던 빵들은 솔직히 그렇게 맛있지도 건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과정으로 '깜빠뉴' '바케트' 같이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집에 가져오자, 이건 솔직히 말해서 정말 신세계라 할 만큼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매우 좋았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매일매일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오빠가 직접 만든 바게트와 깜빠뉴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들!


아침에는 주로 빵과 과일, 양배추볶음을 우유나 커피에 해서 같이 먹는다. 별거 없는 것 같지만 달걀이나 고기도 조금씩 첨가해 골고루 먹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다음 장을 볼 때까지 없으면 없는 데로, 또 있으면 있는 데로 최대한 '냉파' 느낌으로 아침을 차려 먹는다. 잠깐 생각해 보니 아침보다는 '아점'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맞다! 우리는 하루에 삼시 세끼가 아닌 두 끼만 먹는다. 중간에 간식을 먹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들과는 달리 하루에 두 끼만 먹고 지내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루에 두 끼만 먹으니 집밥을 할 수 있는 힘과 여력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식사를 하고 나면 하루가 든든하고, 중간에 살짝 간식을 먹으면 저녁을 먹을 때까지 배가 고프거나 힘들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너무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나의 입맛이 도망을 갔나 집밥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매일 밥을 지어먹고는 있다. 하지만 정말 너무나 입맛이 없을 때는 굳이 힘들여 밥 하지 않고 칼칼하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후루룩 넘길 줄도 아는 '유연함'도 생겼다. 비빔국수만으로 속이 좀 허할 때는 얇은 삼겹살을 구워 위에 살짝 올려 먹는다. 비빔국수 면을 삶을 때, 냉장고 안에 콩나물이 보이면 같이 삶는데, 아삭함이 없는 입맛도 살짝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하루종일 온통 먹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 같은데, 그날 메뉴는 될 수 있으면 짧게 고민하고, 냉장고 안을 살펴서 버리는 재료 없이 알뜰히 활용하고 있다. 올해 나의 목표인 '최소한의 소비'를 하면서도, 이렇게 나를 잘 케어하며, 이 더운 여름날을 건강하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밥맛 없을 때는 비빔국수, 아침은 언제나 빵과 과일!  


항상 다른 사람들의 상차림을 보고 나는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한다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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