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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요원 Aug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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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이 부시게


내가 반한 대사들


잘난거랑 잘사는거랑 다른게 뭔지 알아?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러는게 진짜 잘 사는거야. 잘난거는 타고나야 되지만 잘 사는거는 네 할 나름이라고.1화



난 어렸을 때부터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동네에 정을 붙인다는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 사람도 아니고 동네에 정을 붙인다는게. 근데, 정이 들었어, 이 동네는.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거. 처음이었어, 이 동네에서.3화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 뭔가를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고. 이 세상은 이 등가 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가. 세상의 덧셈 뺄셈은 내 생각과 달랐다. 아빠의 죽음과 내 젊음 꿈, 사랑이 등가라고 생각했던 나는 슈퍼에서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비싼 과자 선물 세트를 사겠다고 떼쓰는 철부지 아이였던 거다. 나는 안다. 내가 시계를 돌려 다시 젊어진다면 그래서 또 세상의 뺄셈으로 뭔가가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나는 그걸 견딜 수 없다는 걸. 7화



할아버지는 젊음하고 뭘 맞바꾸신 거예요? 시간을 돌려서 뭘 바꾸고 싶으셨어요? 가족의 행복? 이미 잃어버린 건강? 못다 이룬 아련한 사랑? 뭐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기를 바라요. 이미 아시겠지만 모든 일엔 그 만큼의 대가가 따르니까요. 7화


난 내가 안쓰러워 미치겠어. 너도 네가 네 인생이 애뜻했으면 좋겠다.


난 말야 내가 애뜻해. 남들은 다 늙은 몸뚱이 뭐 더 기대할 것도 후회도 의미 없는 인생이 뭐거 안쓰럽냐 하겠지만은 난 내가 안쓰러워 미치겠어. 너도 네가 네 인생이 애뜻했으면 좋겠다. 10화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과 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습니다. 12화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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