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채널예스 2019년 1월호
내가 반한 글귀들
소설을 쓸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인만의 원칙이 있나?
솔직할 것, 나의 가장 더러운 부분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가까운 사람들의 상처를 함부로 재현하지 않는 것.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 아는 척, 잘난 척, 내가 뭐라도 되는 척하지 않는 것.
-최은영 지음 <몫> 72쪽 | 미메시스
기회를 엿보는 것은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기회를 가능성이나 확률로 바꿔도 되겠지요. 대체로 우리는 희망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얼마나 잘난 존재인지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다. .. 저들이 재잘대는 미래의 희망은 대체로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희망을 찾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를 엿보아야 합니다. 기회를 엿본다는 것은 철저한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막연한 낙관론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숫자로 계수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회를 엿본다는 것은 기회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하고도 부지런한 의지이기도 합니다. 기회를 만들어 내는 자들은 숱한 모멸을 견디면서 무수한 비관의 확률을 계산해낸 이들입니다. 비로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놓치지 말고 우리는 느닷없이 함부로 실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열망해왔던 희망들을 말입니다.
-틈입하는 편집자, 편집자의 무모한 희망에 관하여, 김진형
서울에 살다 보면 참 쉽게 모든 게 변한다. 개발이 계속된다. 비닐하우스, 근처의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살 곳에 허덕이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잦다. 나는 이런 팍팍함이 싫었다. 이를 악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을 바랐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왔을 교회를 보자니 기대가 생겼다. 이곳엔 그런 삶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없이 희망에 가까운 기대 말이다.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우리 가족 모두, 경기도로 귀촌하기로.
-조영주의 적당히 산다, 경기도로 귀촌했습니다.
저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까칠하게 사는 일'이 내 마음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가요? /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 받기를 바라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면 오히려 여러 부작용이 생겨나요. 그중 하나가 그런 나를 내가 싫어하는 심리인데,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죠.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저는 이것을 좀 더 단호하게 표현하기 위해 까칠함이란 단어를 선택했고요. 때로는 까칠하게 살아갈 때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독서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공감의 언어,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독서 치료는 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책이 주는 치료의 힘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낭독이나 기계적인 필사보다 자유 연상하면서 기록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독서는 일방적인 침투가 아니라 섞임이에요. 저자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교류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창조적 경험이 일어나는 거죠. 이러한 창조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쓰기라는 영역이고요. 독서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연관된 생각들이 이어지죠. 그러면서 책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자기화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나고요. 이런 내면의 화학 반응이 바로 독서에 재미를 주고 치유와 창조의 경험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해요. ... / 최근 출간한 <관계를 읽는 시간>에선 관계의 문제를 풀어낼 열쇠로 바운더리를 제시했습니다. 바운더리란 무엇인가요? / 바운더리란 쉽게 말해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해주는 자아의 경계예요. 우리 몸의 피부가 내 몸과 몸의 바깥을 구분해주는 것과 같죠. 때문에 외부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외부와 교류하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어요. 사람들은 자아를 개별적인 것으로 분리시켜서 생각하지만사실 자아는 관계와 집단 안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요. 건강한 자아, 즉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자기 보호와 상호 교류가 조화를 이루지만 건강하지 못한 경우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혹은 둘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죠. 바운더리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자아의 구조와 관계 방식을 그림처럼 쉽게 명징하게 드러내줍니다. / 건강한 바운더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일단 멈추는 거예요. 관계 방식 역시 습관이죠.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하려면 습관적인 반응이 아니라 의식적인 반응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자동적인 반응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입니다. 또 바운더리를 살펴봐야 해요. 이것이 나의 책임인지 상대의 책임인지 나와 상대는 서로의 바운더리를 존중하고 있는 것인지, 이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거죠. 정중하면서도 솔직한 자기 표현을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해 돌아볼 수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준다면 무엇일까요? /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책으로는 논어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논어는 한마디로 동양의 인간관계 심리학의 고전이에요. 예를 들면 논어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라는 문장이 있는데, 군자는 화합하되 남들에게 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으며, 소인은 같아지려고 하지만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제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메시지, 자아와 관계의 균형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아요. 다만 지금의 시대에 맞게 그 균형점은 옮겨 가야 하겠지요.
-독서는 치유와 창조를 가져오는 내면의 화학 반응,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집을 구할 때 3가지 규칙이 있었다. 공간이 소박할 것, 집에 격식이 없을 것, 수다를 피우는 공간일 것. 지인들에게 집을 오픈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 내가 생각한 집은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어.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모일 수 있는 제3의 공간. 지금 시대는 모두가 외롭잖아. 그런데 집마저 외롭고 침묵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반가운 친구들이 들락거려 활기가 있어야 해. 그래서 함께 요가를 할 수 있는 오픈 형태의 거실을 만든 거지. 우리 집의 최종 목표는 일상에 지치거나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행복감을 느끼는 아지트야. 좋은 집을 소유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아. 집을 소유하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우리처럼 집을 즐기진 못하는 거지. 나는 소유가 아닌 거주의 편에 서기로 한 거야. 무리해서 집을 살 돈으로 오랫동안 즐겁게 사는 삶을 선택한 거지. 집의 소유보다 집의 생기를 더 고민해야 즐거운 일상이 나올 수 있어.
- 빈센트 리. 강승민, 쓸모 있는 어른이 되려면
진정한 어른은 누군가에게 딴 생각의 꼬투리가 되어주거나, 부스러지기 쉬운 소라 껍데기로도 단단한 불의에 못을 박을 줄 아는 사람이며, 주렁주렁 매단 지혜의 여물을 어린 까치에게도 나누어줄 줄 알고, 고민이 많아 우왕좌왕인 짐승을 앞에 두고 툭 한마디 말로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사람은 아닐런지. 그런 사람이라면 하기로 한 일은 차근차근 처리하고, 하지 못할 일은 정중히 사양하는 얄팍한 덕을 갖추고 있으리.
- 김현의 더 멀리, 귤은 언제 어른이 되는가. 김현(시인)
2018 예스24 독자가 선정한 올해의 책 24
1. 역사의 역사 2. 신경끄기의 기술 3.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있어 4. 열두 발자국 5. 골든아워1 6. 며느라기 7.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 8. 엄마의 자존감 공부 9. 파리의 아파트 10. 김비서가 왜 그럴까 11.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12. 위로받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13. 백종원의 혼밥메뉴 14.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15.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16. 연애의 행방 17. 빈센트 반 고흐(갤러리북 시리즈1) 18. 고양이 19. 방구석 미술관 20. 모든 순간이 너였다 21.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22. 어디서 살 것인가 23. 인생우화 24.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