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요원 Nov 08. 2020

인격과 존엄

[영화] 허스토리


내가 반한 대사들



아이고, 내가 엄마에 참 소질이 없는 거 같다. / 

누가 그캤더라? 공부에 소질 없다고 안 하는 거 그거 무책임한 거라고.



돈 많아요? / 태평양 유족회 소송 무료 변론 아닙니까? / 

무료 변론이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이 재판은 일본에서 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할머니들 계속 왔다갔다 하셔야 되고. / 

아시지예? 알고 보면 돈 문제가 제일 쉽다는 거. 돈은 내 좋다고 따라 댕깁니다. 

걱정 마이소. 다만, 전 승리를 원합니다. / 

보세요. 이 사안은 국제법으로 가야 하는데 일본은 국내법이 더 우선이죠. 

문제는 관련 법률이 없다는 겁니다. / 

그러면 질수도 있다는 겁니까? / 

결과 보다는 재판 자체에 의미가... / 

그 정도로는 안 돼요. 할머니들한테는 정부의 사과와 피해 보상이 꼭 있어야죠. / 

목표를 잡는다면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정도... / 

아니요, 전 이깁니다. ... 좋습니다. 지더라도 아무 말 않겠습니다. 도와주이소. / 

일단 할머니들 만나고 결정할게요. 이거 뭐, 어차피 증거가 없는 싸움이기 때문에 

결국엔 할머니들 증언에 신빙성이 있어야 합니다. / 

재판 어쩌고 해 놓고서리 나중에 우리보러 돈 물어내라 카는 거 아이야? 

인간이 개보다도 못해서 배신을 잘하거든.



짬뽕 먹다가 벌레가 나와도 아무 말도 못 하거든요. 

어느 놈한테 돈을 떼여도 끽소리도 못하고, 아니, 

우짜다가 버스에서 발 밟히면요 제가 먼저 죄송합니다 하고 그래요. 

근데 할매들은 안 그렇잖아요. 증언하실 때도 씩씩하시고 저보다 더 똑똑하신데 

근데 저쪽 가서 아무 말도 못 하면요 그거 너무 억울한 거 아니에요? 

네? 마, 되든 안 되든 우리도 한 번은 후려쳐야죠. / 

맞다 와 그때 우리한테 그캤냐고 이, 삿대질이라도 한번 해 봐야 되는 거 아입니까, 예? 

어차피 그때 죽은 목숨이라면서요. 뭐가 겁납니까?



좀 읽어도 / 

... 오직 나 홀몸이니 거칠 것 하나 없고 죽어 버리면 그만일 

나 같은 여자의 비참한 일생에 무슨 관심이 있으랴. 

왜 나는 남과 같이 떳떳하게 세상을 못 살아왔는지 한이 맺힙니다. 

내가 피해자고 사건의 증인입니다.



원고 대리인, 의견 진술 시작하세요/ 

... 하지만 그 외에도 피눈물의 한을 품은 억울한 시체들 또한 

누누이 널려 있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이 먼저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함에도 

반세기에 걸쳐 무위무책으로 방치하면서 

이렇게 법정에서 대결하는 깊은 골을 만들었습니다. 

원고들이 굳이 스스로 이름을 밝히고 일본까지 와서 

재판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렇게 원고들이 침묵을 깨고 나온 이상 지나간 과거로 지워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원고 대리인은 본건 소송에서 신속한 사실 인정을 위해 

피고 정부는 증거 자료를 조속히 제출하고 

응당 있어야 할 법률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망합니다./ 

... 피고측 답변 진술하세요/ 

본 소송의 피고인 일본 정부는 원고들의 사연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1965년도의 한일 협정에서 완전히 정리됐고 

또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전후 보상을 청구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본 건은 법정에서 다룰 사안이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한일 협정에서 일본은 위안부 공출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숨겼습니다. 

또한 그 조약은 경제 조약이며 인권 문제는 배제되어 있었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 배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피고 측 다른 의견 있습니까?/ 없습니다.



재판장님 보십시오. 원고들의 고통은 끝난게 아닙니다. 

무려 50년간 지속된 고통을 이 법정에서 해결해 주십시오.



지금 마음이 어때예?/ 

나는 17살 때 끌려가 생지옥에서 살았고 지금도 살아 있는 게 지옥이다. 

내가 고생한 거는 일본 전체를 준다 캐도 싫고, 

내가 바라는 거는 딱 한 개밖에 없다. 

나를! 나를 본래 모습으로 돌리도. 당장 17살, 그때 모습으로 돌리도! 

근데 안 되는 거 내도 다 안다. 그러니까 사과를 해라. 

니들이 아무리 숨겨도 그 눈빛에 죄책감이 다 보인다. 

속으로 미안타 불상타 그카는 거 필요 없다. 

잘못햇습니다. 용서해주세오 죽을죄를 졌습니다. 다시 안 그러겠습니다. 

그래 사과를 해라 그래야 짐승에서 인간이 된다. 

그래야 전쟁이 안 벌어지고 우리 같은 여자들 

어린아들이 안 밟힐 거 아이가! 지금 기회를 줄게 인간이 되라이.



제23차 선고공판 1998.04.27 하지만 이것은 일본국 헌법 제정 전의 사건이며 또한 헌법 전문의 문헌에 비춰 볼 때 원고들이 주장한 도의적 국가로서의 의무에 식민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와 배상이 포함된다고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군 위안부 제도는 철저한 여성 차별이자 민족 차별이며 여성의 인격과 존엄을 뿌리째 침해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으로 이는 결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도 극복해야 할 인권 문제로서 일본국 헌법 13조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권리의 침해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국 일본은 종군 위안부로 강요된 여성에 대해 입법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원고들에게 손해를 끼쳤으므로 피고국은 위안부 원고 각각에게 30만 엔의 위자료 지불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공식 사죄의 필요까지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근로 정신대 원고들은 위안부들의 피해와 비교하면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고 임금 지급의 의무도 없다.



1992년부터 6년간 이어진 원고단의 사투는 끝내 재판부의 양심을 흔들었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게 국가배상을 인정한 처음이자 유일한 일부승소 사례를 이끌어냈다. 사법부의 쿠데타에 당황한 일본 정부는 즉각 항소했고 1심 재판부는 경질됐다. 이후 5년에 걸친 항소, 상고 끝에 2003년 최고 재판소의 기각결정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 2018년 현재 관부재판의 원고는 두 명만 생존해 있다. 원고단 단장은 재판기록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